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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Jan 18. 2024

내 인생의 영화 16

감성 액션 <레옹>

지금으로부터 딱 30년전인 1994년 프랑스 영화 한편이 개봉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할리우드의 액션영화와 닮은 듯 다른, 뭐랄까 미국식 갱영화와는 뭔가 다른 독특한 감성을 담은 영화였다고 할까. 바로 <레옹> 이야기다.      


킬러와 소녀, 레옹과 마틸다, 우유와 화분, 뉴욕의 거리, 가슴을 찌르고 들어오는 감성적인 주제곡, 이런 것들로 먼저 기억되는 <레옹>은 촉촉한 감성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스토리 텔링과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구축하여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였다. 이 매력적인 영화를 만든 감독 뤽베송의 이름도 널리 알려지게 된다.      


피도 눈물도 없는, 프로페셔널한 킬러 레옹, 한순간에 가족을 잃어버린 외로운 소녀 마틸다, 영화는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인물을 따라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레옹과 마틸다가 함께 살게 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일상이 전개되고, 뜻밖에 두 사람 사이에 깊은 유대감이 싹트게 된다. 레옹은 감정을 배제한 냉혹한 킬러에서 목숨을 걸고 소녀를 지키려는 보호자로 변모하고, 소녀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모순에 가득차 있고 잔혹하면서도 동시에 아름답고 순수하다.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는 친구이자 가족, 연인, 스승, 제자 등 다양한 의미로 작용하면서 서로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마틸다를 보호하려는 레옹과 레옹의 상처를 보듬고 마음을 열게 하는 마틸다, 그들의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단단해지고 깊어진다. <레옹>이 좀더 매력적이고 감성적인 액션영화로 기억되는 이유는 이처럼 레옹과 마틸다의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관계를 촘촘히 묘사하고 있다는 것에 그 답이 있을 것 같다. 영화 <레옹>의 이야기는 그러므로 단순한 복수나 권선징악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용서와 구원까지도 말하고 있다고 하겠다.      


배우들의 매력이 120프로 발휘된 영화다. 장르노는 그 어떤 배우보다 레옹에 최적화된 배우 같다. 크고 껑충한 키, 독특한 헤어스타일, 동그란 선글라스까지 독특한 비주얼에서 부터 섬세한 감정선까지 아주 빼어나게 형상화했다. 마틸다 역의 나탈리 포트만 또한 감탄의 연속이다. 어리지만 아주 당차고 씩씩하며, 동시에 상처받고 외로운 소녀의 감성을 누구보다 잘 소화했다고 본다. 많은 감정을 담아내던 그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 강렬한 연기파 배우 게리올드만의 악역도 끝내준다. 호, 그의 뛰어난 연기는 명불허전이고 영화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하나만 더, 주제곡인 스팅의 <세이프 오브 마이 하트>는 잊을수 없는 띵곡이다.      


<레옹>을 너무 좋아했던 나, 그로부터 약 10년 뒤, 중국 상하이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어느 날, <레옹2>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헐레벌떡 달려가 DVD를 샀다. <와사비-레옹 파트투>라는 타이틀을 단 그 영화는 그러나 너무 실망스러웠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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