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달러로 할 수 있는 일

1200원, 1 달러로 말라위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by 한지애



내가 처음 말라위에 갔을 때가 2013년 8월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1달러 는 340MK(말라위 콰차, 말라위의 화폐 단위) 정도 했었다. 그러나, 2015년부터 환율이 계속 올라갔고, 말라위 화폐의 가치는 바닥을 쳤다. 이제 2017년 5월 을 기준으로 1달러는 720MK를 웃돈다. 4년 사이에 물가가 2배 이상 뛴 것이 다. 그렇지만 물가가 오르는 것에 비해서 사람들의 임금이나 수입 수준은 더 디게 오르기 때문에, 공식적인 일자리 자체가 드문 시골 마을에 사는 주민들 에겐 생필품을 사는 것이 유독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물가상승이 말라위의 일상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이해하기 위 해서 내가 만든 개념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바로 ‘설탕 지수’라는 것이다. 각 국가의 물가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서 여러 나라의 ‘빅맥’ 가격을 기준으로 비 교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단지 차이점은 빅맥지수가 동시대 전 세계의 다양한 국가들 사이에 물가를 비교하는 것인 것에 비해서, 설탕 지수는 말라 위 한 국가에서 다른 시기별 설탕 1kg 값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 보는 것이 다. 왜냐면 설탕 1kg값이 딱 1달러 정도에 상응한다. 즉, 내가 2013년에 설탕 1 봉지를 사기 위해서는 350MK 정도가 필요했다면, 2017년 5월에는 720MK 가 필요한 것이다. 내가 설탕을 예로 든 것은 설탕이 딱 1달러 값어치이기 때 문도 있지만 아침마다 차를 마시는 문화인 말라위에서는 설탕 소비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설탕을 매우 아껴서 쓰거나, 한 번에 설 탕 1kg를 사먹는 것이 부담되는 사람들은 1kg용량이 아닌 이 봉지를 수작업 으로 20g 중량으로 나눠 놓은 작은 봉지에 든 것을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사 다 먹는 사람들도 많다.


처음에 내가 말라위에 5개월 지낼 때 묵었던 숙소 관리인의 가족의 집에 초대 받아서 차를 마실 때, 내가 설탕을 넣지 않자, 나를 되게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우리 집엔 설탕이 넉넉하니, 여기 이거 좀 넣어서 마셔요.”

PART1. 말라위 마을 사람들의 일상 만나기

내가 예의상 설탕을 안 넣는 줄 알고, 관리인 아저씨가 직접 내 컵에 설탕 2,3 스푼을 퍼 주셨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설탕이 귀하고 매일 즐겨 찾 는 이들에게 설탕을 안 넣기로 선택한 나의 행동은 ‘그런’ 의미로 이해 될 수 밖에 없었을 법도 하다.

아침마다 차를 마시는 말라위. 설탕은 일상 보관을 위해서 재활용한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후에 스푼으로 덜어서 사용한다.


또한 말라위에서 이 설탕 한 봉지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인 500MK는 매 학기 초등학교에서 발전 기금으로 학생들로부터 거두는 일종의 ‘수업료’의 금 액이기도 하다. 말라위는 1994년 초등교육 무상교육이 실시된 이후에, 한 학 급에 2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수용하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학생들에게 정상 적인 수준의 교육을 보장해주지는 못 하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소정으로나마 학기마다 학교 건물 증축 및 보수 등을 위해서 학생들에게 돈을 받고 있다. 이 돈이 물가가 아무리 올라도 금액 자체에 대한 학부모들의 부담과 실제 걷 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때문에 1달러도 되지 않는 돈을 걷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모이고 있는가 보면 절반 정도 되는 아이들이 500MK를 내고 있다. 그것이 안 내는 것인지, 못 내는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지 만, 분명 1달러라는 돈이 한 학기 수업료로 그리 큰 돈은 아닐 것이라고 짐작 해본다. 그렇지만 내가 말라위에 지내면서 느낀 것은 농촌 지역의 작은 마을 에 사는 사람들이‘화폐’ 자체에 약간 낯설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 슨 말이냐 하면, 돈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고정적으로 일을 해서 수입을 얻는 것이 아직도 새로운 일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돈이 생기면 사람들 은 일단 모으기는 하지만, 같은 액수라도 이 돈을 쓰려고 하면 상대적으로 더 아깝고 마치 엄청 큰 소비를 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 같았다.


1달러의 돈, 말라위에서 700M콰차(말라위 화폐 단위)면 고기 반찬은 아 니지만 한 가족의 한 끼 먹을 정도는 해결해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멸치나 생산 300콰차, 토마토 100콰차, 나물 야채 100콰차 정도를 사고 남는 200콰차는 3kg 옥수수 전분 가루 만드는 기계 이용료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이 재료들 이외에 소금, 목재 등은 직접 마련하거나 이웃과의 물물 교환을 통 해서도 충분히 마련할 수도 있다.


말라위 시내에는 우리나라의 기사 식당이나 대학가 앞 한식 음식점 처럼 말라위 현지인들이 끼니만 간단히 때우기 위해 저렴하게 운영되는 현지 음식 전문점들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고, 보통 1인당 1.5~2불 사이면 배 부 르게 먹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우리 동네에서 시내까지 이동하기 위해 이용하는 미니 버스의 편도 요금이 2~300콰차이며, 왕복으로 하면 딱 1 달러 정도 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 교통비도 아까워서 시내에 가는 날 을 미루고 미루다 정말 가야 할 일이 있을 때만 딱 혼자서 간다.


말라위 도시 사람들의 씀씀이는 상대적으로 크고, 개인적으로 말라위 도 시에서는 살아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말라위 전체가 이렇게 물가가 저렴하 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살았던 마을에서는 대부분의 사람 들은 적은 돈이라도 정말 필요한 곳, 가족들을 위한 끼니나 자녀의 학비에 보 태는 데 쓰기에도 빠듯해 보였다. 외부인의 눈으로 보면, 이런 상황이 그저 안 타깝고 불쌍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에서 보면 상황은 무척 다르 다. 오히려 나는 마을 사람들이 존경스러울 때가 많다. 적은 돈이라도 계획적 으로 필요한 곳에만 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의식적으로 수출입을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는 것은 아 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비록 보기에는 막 쓰는 것 같고, 돈도 없는 것 같아 보여도 그들 모두 다 생각이 있고, 무엇을 할 것인지 정도는 계산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단 1달러 되는 돈이지만, 한 식구 배 부르게 한 끼 먹이고, 사랑하는 자 식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그리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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