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을 채우는 하루
지난 2년의 시간. 나는 오롯이 아이와 함께 하루하루를 꽉 채워나갔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 때쯤 세상으로 보내는 것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 믿었다. 나의 선택이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고, 마침내 나만의 시간이 생겼을 때의 감격이란. 하루 3시간이라도 그 고요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안에서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지 비로소 깨달았다.
‘드디어, 뭐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겠구나.’
물론 아이가 아파서 데려와야 하는 날도, 유난히 떨어지기 싫어하며 우는 아이를 보며 ‘내 욕심 때문에 아이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괴로워한 날도 많았다. 하지만 그 시간들을 지나, 나는 다시 나의 책상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채우던 책방에서의 책상 서랍을 열자, 먼지 쌓인 공책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합격하지 못했던 뮤지컬 대본, 최종에서 미끄러졌던 희곡 공모전 원고, 웹소설을 써보겠다며 야심 차게 기획했던 시놉시스들. 나의 실패한 밤들이 그 안에 차곡차곡 담겨있었다. 하나씩 읽어보니, 이제야 보이는 허술함과 그럼에도 반짝였던 의미들이 내 눈을 밝혔다. 이것은 실패의 목록이 아니라, 나의 '결핍'과 '욕망'의 기록이었다.
‘나, 다시 쓸 수 있을까…? 아니야. 그냥 회사에 취직해서 돈을 버는 게 맞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하지만 저 깊은 곳에서, 다시 나를 만들어보고 싶은 열망이 차오르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여보, 나 글 쓰는 거 다시 시작해 보고 싶어.”
“또 실패하면 괜찮겠어? 예전에 많이 힘들어했잖아.”
그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실패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아. 그냥 문득, 내 얘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번에는 정말 괴로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돈을 벌어야 당신이 덜 힘들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번에 하지 않으면 영영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이 들어.”
그가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따뜻하게 웃어주었다.
“그래, 내가 버티고 있을게. 조급해하지 말고, 이번에는 작가님을 한번 믿어봐.”
“고마워.”
그렇게 나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인스타그램에, 아주 개인적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 이야기를 짧게 올렸다. 사람들은 공감해 주었고, 그 응원 속에서 작은 용기가 생겼다. 다음은 브런치였다.
‘나도 가능할까? 아니, 꼭 돼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은 버리고 그냥 도전하자.’
운이 좋게도, 나는 한 번에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썼다. 매일 쓰기로 마음먹었고, 다른 공모전도 준비하며 내 이야기를 마음껏 썼다. 내 글에 '독자'가 생긴다는 사실만으로도 뭉클했다.
매일 밤, 혹은 이른 아침. 나는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떠올리고, 노트북의 하얀 화면을 채워나갔다. 몇 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완성된 글을 읽을 때면, 텅 비었던 휴대폰 배터리가 초록색으로 꽉 채워지는 것처럼 나의 마음 에너지도 충전되었다.
이제야 알게 된 것들이 있다. ‘결핍을 채우는 하루’가, 이제는 내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한 일상이 되었다는 것. 성공하든 못하든, 당선되든 안 되든, 유명해지든 그렇지 못하든 중요한 것은 단 하나.
나의 동심이 마르지 않도록, 이야기가 멈추지 않도록, 매일 꾸준히 결핍을 채워나가는 것.
그것이 내가 쓰려고 하는 문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