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단짝 친구 명희와 내기를 했다.
시험에서 이긴 사람이 1000원을 주든지 그만큼 선물을 하든지.
그 당시 눈깔사탕이 10원, 짜장면이 500원이었으니 그 돈은 엄청난 액수였다.
중간고사.
내가 졌다.
하지만 난 1000원이 없었다.
돈이 없으니 줄 수도 없었고 선물을 살 수도 없었다.
내기에서 진 것도 열받는데 자존심이 더 상했다.
그래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큰언니한테 소중한 물건이었던 열쇠고리를 훔쳤다.
하지만 1000원보다는 싸 보였다. 둘째 언니 방에 가니 과자가 있었다.
그것도 훔쳤다.
언니들한테 혼나는 게 낫지 명희한테 돈 없어서 약속 못 지키겠다는 말은 정말 하기 싫었다.
그 두 개를 훔쳐 명희에게 줬다.
명희의 표정이 갸우뚱했다.
'이게 1000원 맞나?'
하는 표정.
순간 더 줘야 하나? 고민되기도 했다.
그때의 부끄러움을 꽉 움켜쥐고 기말고사를 준비했다.
내가 이겼다.
그런데 명희는 단번에 1000원을 줬다.
돈은 내가 받았는데 왜 내가 진 기분이지?
내 마음이 갸우뚱했다.
그래서 다음 학기부터는 내기를 안 하기로 했다.
그 뒤 성적은 남동생이 기억하고 있었다.
"누나가 명희 누나 보다 더 잘했다. 복도에 성적순대로 이름 붙여 놨는데 누나 이름이 맨날 더 앞에 있었다."
짜식~~ 별 거 다 기억하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