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스푼
J는 그와 만나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그가 말했다.
미안해. 넌 아무 잘못이 없어. 다 내가 모자란 탓이야.
마음이 식은 건 2주 정도 되었고, 솔직히 일도 그렇고 금전적인 것도 그렇고, 지금 내 상황이 너무 버거워서 너까지 신경 쓸 수 없었어. 조금 충동적으로 말하는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여기까지인 것 같아. 넌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이야.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야 하는 여자야.
J가 답했다.
널 붙잡을 생각은 없어. 그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만나자고 했어.
난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으면 힘이 되는 사람이 아니라, 제일 먼저 포기하게 되는 사람. 딱 그 정도였나 봐. 그걸 인정하는 게 참 힘들더라. 솔직히 갑작스럽고 너무 슬프지만, 널 미워하진 않을 거야.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어. 그동안 고마웠고, 잘 가.
3년 만난 것치곤 담백한 헤어짐이었다.
J는 그렇게 그에게 갑자기 헤어짐을 당했다.
'헤어짐을 당했다.' 이 표현이 문법적으로 맞는진 모르겠지만,
'헤어졌다.'라고 하기엔 그 순간을 표현하기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J가 20대의 마지막을 함께 보냈던 사람이었다. 3년을 만나는 동안 헤어짐이라곤 한 번도 상상해 본 적도 없었던 남자였다. 연애를 시작할 땐 불처럼 뜨거운 사랑을 느끼게 해 주더니, 연애를 끝낼 땐 헤어지자는 개소리를 참 정성 들여 하던 그런 사람이었다.
J는 이 이별에 대해 생각할 때면 결말을 알고 영화를 보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무엇도 바꿀 수 없는데 마주 봐야 하는 현실. 반복되는 사랑과 헤어짐이란, 참 쓰다.
눈물은 흐르는 대로 두고, J는 더 독해지기로. 더 성숙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오기로라도 자신을 존중하며 살기로 했다.
이별이라는 끝이 없을, 매일 얼굴을 마주 보고 살아가게 될 '앞으로의 그'와의 관계를 미련하게 또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