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담Tea Aug 01. 2023

웃으면 복이 오는 메커니즘

Day 15 in Vancouver

Day 14 in Vancouver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하고 싶은 일 많이 하고 푹 잔다. 그리고 그 다음날 어김없이 상쾌하게 아침을 시작한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헬스장 앞 정류장에서 아드님과 같이 앉았을 때 봤던 - 아니 정확하게는 내 눈에만 띄었던 거다 - 트럭에 실린 콘테이너 벽면. 거기에 쓰여 있던 SARABHA. 살아봐라, 인생 뭐 별거 없다라고 어른들이 이야기 했던, 하는 말의 본질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 문장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 배운이들은 항상 명제를 증명하려고 한다. 그게 안된다면 증명된 것만 믿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기야 배우는 과정에 논리적인 이유를 들어야 하는 습이 들어서 그렇긴 하겠다 싶다. 오빠를 만나러 이곳에 와 2주 동안언제나 웃으면서 지나고 있는 열여덟 따님이 아침에 별 거 아닌 걸로 또 웃으면서 그런다.


아빠, 웃기지 마. 자꾸 웃기니까 배가 당기잖아. 맞다. 웃었는데 배가 당긴다? 몸의 중심을 잡는 근육이 살아 있다는 거다. 그 사실을 일년 넘는 허릿병 재활을 하면서 듣고, 몸으로 깨닫는 중이다. 우리 몸에는 코어 근육이 있다. 척추와 골반을 앞뒤로 잡아 주는 핵심 근육이다. 그래서 코어란다. 척추 깊은 곳에 붙어 있는 다열근, 배를 넓게 둘러싸고 있는 복횡근, 숨을 내쉬고 들이마실 때 사용하는 횡격막, 골반에 붙어 있어 복부에 있는 장기들이 흘러내려가지 않도록 받쳐주는 골반기저근. 이 네가지는 몸속에 숨어 있는 코어 근육. 복직근, 외복사근, 내복사근, 척추기립근, 둔근 등 허리-골반-엉덩이에 붙어 있는 근육 복합체가 밖에 있는 코어 근육이란다. 이 근육들은 우리가 실제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항상 수축하고 있는데, 근육이 수축한다는 건 사용되고 있다는 거다. 


생명과학 시간에 배운 상식. 근력이 떨어지면 기초대사량이 줄어든다. 그러면 우리 몸은 줄어든 기초 대사량만큼 지방이 태워지지 않게 하여 쌓아둔다. 그렇게 축적된 지방은 구석구석에서 혈액 순환을 방해한다. 헐액 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구석 구석으로 깨끗한 혈액이 덜 전달된다. 뇌혈류량도 부족하거나 탁하다. 그러면 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 분비가 줄어든다. 기분이 좋아질 리가 없다. 그게 반복되면 만사가 귀찮아 지게 된다. 귀찮으니까 덜 움직인다. 덜 움직이면 예민함이 배가 된다. 생각이 많아진다. 깊어진다. 자기만의 비합리적인 신념을 하나 둘씩 키워나가게 된다. 인상이 굳는다. 잘 웃지 못한다. 혈색이 안 좋아진다. 재체기만으로도 몸이 아프다. 일체유심조보다 일심유체조가 우선인 거다. 사람이 바쁘게 움직여야 잡 생각이 안들어. 움직여, 먹은 만큼 움직여 라고 했던 아버지의 잔소리가 이미 내 몸에서 증명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웃을 때 어디가 아프신가? 배가 아프시면 1단계 통과다. 꾸준하게 생활 근육을 키우는 자잘한 운동 - 아주 간단한 동작을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게 가장 좋다 - 종목을 한두개, 두서너개 만들고 실천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웃겨서 웃는게 아니라 웃다 보니 웃을 일이 생긴다, 는 말을 넋두리 하듯이 할때가 있다. 그런데 이 말이 많다. 억지로 웃으면 굳어 있던 입꼬리 올림근, 광대뼈올림근, 눈둘레근 등이 부드럽게 움직인다. 얘들은 모른다. 나의 마음을. 그냥 안면신경으로부터 신호를 받아 수축하면서 그렇게 움직인다. 그렇게 표정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자주 움직이면 움직이지 않을때도 움직이려고 하는 형태를 유지하게 된다. 그게 인상이 된다. 


배를 움켜쥐고 나뒹굴 정도의 웃음만 몇번 지어도 근력 운동 다한거다. 그걸 하는 곳이 웃음치료소다. 예전에 한번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가장 힘들었던게 배를 움켜쥐고 마음껏 웃는 흉내를 진짜인것처럼 해야 했을 때였던 걸 생각하니 지금도 배꼽 주변 근육이 간질거리는 것 같다. 웃을 때 어디가 아프신가? 배가 아프지 않다면 이 연습을 해야 할 0단계다. 왠만해서 밖에서는 못하니까 집에서, 거실에서 혼자 있을 때 그렇게 해본다. 다 자고 있는 새벽에도 가능하다. 웃음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몸으로 표정으로 흉내만 내도 같은 몸에는 같은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해보시라. 마음껏 하고 나면 나의 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서 얼굴에 화하게 금방 따뜻해지는 걸 쉽게 느낄 수 있다. 


어느 정도 연습을 하면 웃을 때 배가 아프지 않다. 그러면 흔히 말하는 복근이 조금씩 굵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식스팩은 고사하고 원팩, 투팩이더라도 속근육으로 자리 잡으면 된다. 뭐, 미스터 코리아에 출전할 계획이 아니라면. 바른 자세가 바른 생각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런데 그 말이 과학적으로 맞단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브로드벤트 박사의 실험이다. (출처:https://bityl.co/JbOp)



자세가 바르면 자신에게 몰입하는 자기 초점주의self-focus를 줄일 수 있어 부정적인 감정을 덜 느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자기 초점주의. 자신의 내면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현상이다. 평소에 우울감이 들때 경험한다. 그런데 허릿병때문에 재활을 하면서 바른 자세가 바른 생각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 브로드벤트 실험을 조금 더 찾아 보니, 이 실험 역시 바른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핵심이었다.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있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단어를 쉽게 기억한다. 그렇게 글루미해진 심리에서는 자신의 과거를 곱씹는 경향 - 반추하는 능력 - 이 강해진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나한테 왜 그랬을까, 나한테만 왜 그럴까. 그런데 자세가 구부정하다는 것은 코어 근육을 활성화 시키는 데 방해가 된다. 코어 근육이 약해지면 자세가 구부정해진다. 악순환의 연결 고리다. 


2주 동안 이런 저런 일을 보러 다니느라, 장을 봐서 집밥을 해먹느라, 차로 1시간 쯤 떨어져 있는 아드님이 나가는 교회에 따라 다니느라 무리가 되었나 보다. 허리 통증이 살짝 짙어 졌다. 옆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던 처형이 나보다 더 불편해 한다. 처형도 지금 교통사고 후유증을 치료중이다. 그렇게 알게 된 한의원을 어제 같이 다녀왔다. 허리 통증 때문에 다리, 손등, 인중에 침을 맞았다. 한국에서도 허리 치료때문에 침을 맞긴 했었다. 엎드려서 허리, 다리에 집중적으로. 그런데 손등, 인중에 누워서 침을 맞은 건 처음이다. 그것도 집에서 1만km 가까이 떨어져 있는 밴쿠버 시내 한가운데서. 


 

갑작스러운 재채기를 시원하게 하면 허리 근육이 흔들린다. 순간 통증이 확 밀려 온다. 그런데 그게 몸이 보내 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싶다. 야, 너 여기가 지금 좋지 않다고. 어릴 적 기다리며 즐겨보던 코미디 프로그램명이 '웃으면 복이 와요'였다. 많이들 기억할거다. 그런데 살다 보니 그 말이 참 맞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코어 근육이 발달한다. 얼굴 근육이 수축하면서 맑은 표정을 만든다. 코어 근육과 얼굴 근육이 잘 발달하면 언제나 자세가 바른 사람이 된다. 그런 사람을 옆에서 보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견갑골 - 척추 - 엉덩이 - 허벅지로 이어지는 근육이 탄탄하니 건강해 보인다. 


꾸안꾸가 가능해지는 체형이 된다. 그렇게 당당한 사람에게는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진다. 호감이 생기는 거다. 호감이 있는 사람에게 이런 저런 복이 닿을 확률은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더 커질거다. 복은 행운과 함께 온다. 과묵하기만 했던 아드님이 웃음이 많아진 이유일거다. 일체유심조의 결과다. 어제 한의원에서 야단 맞은 부분이다. 달리기, 자전거, 걷기를 위한 올바른 스트레칭을 꾸준하기 하기. 그래야 일상에서 잔잔한 생활 근육을 코어에 얼굴에 잘 만들어서 복많이 받고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동네도 직장도 학교도 커뮤니티도 더 밝아지지 않을까. 코어 근육을 만들기 위한 웃어 제끼기 선의의 경쟁이 필요할 때다. 따님이 옆에서 이런다. 아프니까 아빠다. 아빠는 근력이다. 

작가의 이전글 Whistler & Joffr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