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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Dec 20. 2023

오늘도 좋아, 좋아를 외치고 싶을 때

[하늘과 바람과 별과 食] 6

며칠 전 따님이 그랬습니다. 일찍 일어나 보니 하루가 길어서 좋다,라고. 제가 딱 그렇습니다. 지워지는 것 같은 저녁 시간을 줄이고 새벽을 늘리니 요즘이 정말 그렇습니다. 아, 좋아, 좋아입니다. 그렇게 새벽을 늘리면 원래 먹던 아침을 여유롭게 먹을 수 있어 더 좋아, 좋아입니다. 


지난달 말부터 한 달여간 저의 아침을 들여다봤습니다. 


1220 두부 반모 삶은 계란 1 올바른 김 1 

1219 (어제의) 현미누룽지에 올바른 김 3 삶은 계란 1

1218 현미누룽지 올바른 김 3

1217 (어제 아내와 같이 퇴근하면서 사하에서 사 온) 번 두 개를 아내와 함께 (어제 도착한 원두로 내린 커피와 함께) 현미누룽지 끓여 따님과 함께

1216 현미누룽지 끓여 올바른 김 6

1215 처남표 육개장에 현미밥

1214 처남표 육개장을(친구랑 롯데월드 가는 날이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난) 따님과 같이

1213 처남 육개장을 (4년 만에 귀국한) 조카랑 같이

1212 삶은 계란 두 개에 올바른 김 1

1211  삶은 계란 하나에 두부반모

1210 (아내가 산애들에서 주문한) 제육볶음

1209 (토요일 브런치에 양보함)

1208 삶은 계란 하나에 두부반모

1207 삶은 계란 하나에 두부반모

1206 삶은 계란 하나에 올바른 김 1 섞어

1205 삶은 계란 하나에 올바른 김 1 섞어 섞어

1204 (아내표) 속노란 배추된장국을 아내도 같이 옆에서 나란히

1203 (아내와 같이) 현미누룽지+올바른 김 4

1202 삶은 계란 두 개

1201 삶은 계란 하나에 올바른 김 1

1130 삶은 계란 하나 현미누룽지 올바른 김 2

1129 삶은 계란 하나

1128 노란 배추된장국 + 흑미, 현미밥


이 중에서 단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메뉴는 삶은 계란과 김입니다. 아주 오래전 주말부부를 하는 친구 관사에 간 적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하룻밤을 함께하면서 거나하게 한잔을 했습니다. 휴일이었던 다음날 아침. 친구가 자주 들른다는 근처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동네 골목마다 있을법한 흔한 식당이었습니다. 셋이서 시킨 메뉴 가격도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덤으로 식사가 나오기 전에 자그마한 종지에 수란이 담겨 나왔습니다. 자그마한 김 1팩과 함께.

 

그때 이후부터였습니다. 나의 아침 대부분을 차지하는 삶은 계란과 김이. 여러 방법으로 수란과 반숙을 왔다 갔다 했지만, 대부분은 촉촉한 삶은 계란 1, 2개를 속 깊은 그릇에 담아냅니다. 거기에 자그마한 도시락용 김을 하나 부셔서 넣습니다. 숟가락으로 삶은 계란을 으깹니다. 그런 후 참기름도 한두서너 방울 넣습니다. 끝입니다. 아주, 아주 든든하면서도 간편한 아침이 됩니다.  


아내덕에 난각번호 1, 2의 계란은 언제나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 계란을 삶는 방법은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습니다. 그렇게 얻은 결론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1) 일어나자마자 냉장고에 있는 계란을 꺼냅니다. 꺼내자마자 바로 뜨거운 물에 넣으면 껍질이 갈라져 흰자가 거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2) 계란이 폭 잠길 만큼 물을 붓고 식초를 한두 방울 떨굽니다. 

3) 물이 본격적으로 끓을 때 계란을 넣습니다. 

4) 8분을 끓이면 촉촉한 반숙이 됩니다. 10분을 끓이면 완숙이 됩니다. 


끝입니다. 


계란만큼 중요한 게 김입니다. 흔하디 흔한 김이지만, 짜고 기름지거나 메말라 비릿한 김도 꽤나 많습니다. 우리 집 식구들은 김이 들어간 거의 모든 음식들에 홀릭 수준입니다. 누구보다 아내가 더욱 그렇습니다. 한 자리에서 김 수십 봉을 해치우는 건 기본입니다. 맥주 안주 다른 것 필요 없습니다. 김이면 다 됩니다. 그래서 더더욱 안 짜고 바삭하고 깨끗한 원초로 만든, 착한 김을 찾아 지금껏 찾아 헤맨 인생이라고 해도 전혀 오버가 아닙니다.


그렇게 하다 안착(?) 한 게 지금 먹는 올바른 김입니다. 협찬받은 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기록으로 남겨야 할 김입니다. 지금껏 먹어 본 김중에 가장 착하고, 맛납니다. 이름도 올바른 김입니다. 우선, 자그마한 플라스틱 용기가 없습니다. 그리고 언제 먹어도 바삭합니다. 전혀 짜지 않습니다. 적당히 촉촉합니다. 아내를 따라갈 수 없었던 저도 한 자리에서 2, 3팩은 먹게 됩니다. 특히, 계란 반숙과 만나는 올바른 김은 그저 환상입니다. 12월 16일 아침에는 글쎄 6팩이나 혼자 먹었습니다. 


계란과 김은 분명 혜자로운 음식입니다. 분명 착한 신이 바쁜 인간들이 건강을 해칠까 봐 이거라도 챙겨 먹으라고 온갖 영양을 듬뿍 담아 뚝딱하고 만들었을 겁니다. 그렇게 쓱쓱 비벼 먹고 난 후 따끈한 물 한잔을 마십니다. 그러면 칼바람이 문제가 아닙니다. 온 세상 앞에 당당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오늘도 좋아, 좋아를 외칠 수 있어집니다. 세상을 다 뿌셔뿌셔할 수 있는 노란 에너지가 충전된 듯 해 집니다. 


다같이 아침먹고 시작 합시다. 오늘도 같이 안녕하는 겁니다. 


아~ 쉬엄쉬엄 하는 겁니다. 

과식하지 말고, 과속하지 말고~~~~



#김여사정여사그리고김작까#나의 S(소울) F(푸드) 시리즈 6탄#김으로 비벼먹는 반숙 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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