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운잘(잘먹고운동하고잘듣고)
바야흐로 나의 주식, 고구마 철이다. 요즘에는 생산 방법이 다양하고 보관 방법도 좋아지면서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지만. 매년 이맘때 들르는 강화도. 고구마 한 박스, 섬 쌀을 구입하는 연례행사다. 물론, 친절한 사장님 내외가 택배도 가능하다고, 언제나 강조하지만 우리는 늘 찾아간다.
나는 출근하면서 점심으로 먼저 고구마를 챙긴다. 쪄서, 구워서, 가끔은 생으로 가져오기도 한다. 어제 쪄 온 고구마로 방금 점심을 먹었다. 사무실향이 달달해지는 것 같다. 큼지막한 거 한 덩어리에 우유 한잔, 집에서 구워 온 유정란. 진수성찬이다. 속이 편안하고, 그득해진다. 기분 좋은 포만감이다. 퇴근할 무렵, 슬슬 배가 고파오는 느낌도 좋다. 음식은 먹고 싶을 때 먹어야 무엇이건 제 맛이다. 나의 식습관에서 고구마가 제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고구마의 영양분은 기본적으로 탄수화물이라고 한다. 열량이 감자보다도 높고 단맛이 강하다. 그래서 스윗한 포테이토겠지만. 달달하지만 혈당은 오히려 감자보다도 낮다. 감자의 배신이다. 조금 더 찾아봤다. 고구마는 조리 방법에 따라 혈당지수가 크게 변한다고 한다. 생고구마가 가장 낮고, 구운 고구마가 가장 높다고. 찐 고구마는 그 중간 정도. 칼로리도 구운 고구마가 가장 높단다. 어쩐지. 한겨울 군고구마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했다.
고구마는 항산화, 항노화, 면역력 증가에 도움을 주는 베타카로틴이 가장 많은 채소란다. 특히, 보라색 껍질 속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혈관 튼튼이라고. 나는 고구마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부담 없다. 속 편하고, 든든하고, 달콤하게 위로가 되는 식재료다. 그 자체가 매우 훌륭한 요리다.
우리 집 강아지도 나만큼 고구마를 좋아한다. 고구마를 박스에서 꺼내 들고만 와도, 어느새 옆에 와서 올려다본다. 찌는 내내 주방 옆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혹시 못 얻어먹을까 안절부절못한다. 금방 쪄서 식혀주면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먹는다. 나 같다. 나와 고구마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다. 내가 우유 한잔 하는 동안, 그룻에 담긴 물을 쳑, 쳑 거리고 한참을 빨아 마신다. 그리고는 이내 패드로 달려가 고구마 같은 노오란 똥을 시원하게 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화장실로. 식이섬유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수용성 섬유소가 많은 결과란다. 생고구마를 자르면 단면에 나오는 하얀 물질이 장을 청소해 주는 효과가 있단다.
서인도 제도가 원산지인 고구마. 갑자기, 콜럼버스 형님께 고맙다. 망망대해에서 엔진도 없는 배로, 수십 개월을 항해하면서 퍼 날라, 이렇게 널리 고구마를 퍼뜨려 주었으니. 남매 어릴 적, 유치원 차를 따라다녔을 때는 보지 못했는데, 그제 사온 속노란고구마 박스 위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게 다 고구마인가 보다. 아마 크기로 나뉘는 것 같다. 의미는 추측될 뿐, 정확하지는 않지 싶다. 그러고 보니 나는 고구마 철이 아닐 때는 주로 '꼬불'을 먹는가 싶다. 아닌가? 어디 글에서도 썼지만, 우리 동네 마트에 가면 플라스틱 빨간 접시 위에 소복이 고구마를 담아 놓고 판다. 아주 잘다. 매우 꼬불거린다. 고구마 하나의 크기가 보통은 대략 5-6센티 정도. 나는 오늘 먹은 큰 것, 한 덩어리보다 그런 찌끄레기 같은 고구마가 더 좋다. 가격은 한 접시에 대략 3천원 정도 한다. 싸서 더 부담 없다. 그게 아마 두 번째 줄 오른쪽 세 번째 사이즈, '꼬불'이지 않을까 싶다. 서너 접시를 사서 한꺼번에 찐다. 그리고 한 봉지에 서너 개씩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 둔다. 이렇게 하루에 한 봉지씩 출근할 때 챙겨 다닌다. 주말에 브런치를 즐길 때도 가끔 꺼내 먹는다. 한번 더 에어프라이에 돌리면 단맛이 배가 된다. 일요일 저녁, 일주일치 와이셔츠는 다리지 못해도, 고구마는 먼저 챙긴다. 부자가 된 기분에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