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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92병동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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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Nov 27. 2024

잠 노력

[92병동 일지] 4

얼마 전, 입원한 첫날밤. 정말 오랜만에 밤새 잠들지 못했다. 갑자기 환자가 되었다는 당혹감, 입원까지 했어야 하는 고단한 증상들만이 이유가 다는 아니었다.


환자 처치를 위해 밤새 졌다 꺼지는 병실 조명. 후텁한 공기에 뒤섞인 낯선 냄새. 넷이 연신 뱉어내는 바튼 기침 소리. 그렁한 가래를 주기적으로 뽑아내는 석션 소리.


갑작스레 잠을 방해하는 낯선 환경에 덩그러니 노출되어 보니 문득 느껴졌다. 입원하기 전 몸 상태가 문제없던 수많은 날 밤에 나의 잠은 어땠었는지.


어쩌면 잠만큼 (거의) 노력하지 않고 매일 반듯하게 누워 눈을 감는 행위만으로 잘 자서 어제를 잊고 내일을 준비하는 몸과 마음이 되기를 바란 건 아닐까, 하고.


셰익스피어가 칭송한 '삶의 성찬 중에서 제일가는 영양식'을 언제나, 원할 때마다 식탁 위에서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 건 아니었다 싶어 졌던 거다.


영혼까지 달래주는 달달한 잠은 어쩌면 같은 이유의 글을 쓰는 것과 같지 싶다. 글감을 고르고 한참, 초안을 쓰고 묵히다 다시 한참. 고쳐 쓰기를 또 한참.


그렇게 해도 흡족한 글을 만나는 건 쉽지 않다. 하물며 수많은 구조들 간 유기적인 협력, 무형의 정서와 감정, 다양한 침구류까지 동원되어야만 하는 게 숙면 아니던가.  


하루라는 시간 안에서만 봐도 잠들기 전에 해야 할 노력들이 한둘이 아니다. 머리보다 몸을 더 많이 써야 할 테고, 먹은 만큼 움직여야 할 테고, 좀 더 움직여야 좋을 테고.


게다가 몸을 쓴 다음은 그날 쌓인 마음을 비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밉고, 섭섭하고, 조급한 마음 비우기를 내일로 미루면 그날밤에 어김없이 잠결에 찾아든다.


여러 모로 깊은 잠을 자는 게 녹녹하지 만은 않다. 그래서 그런가. 하품과 한숨은 참 많이 닮았다.


그래도 글도 잠도 조금씩 나아져서 오늘의 삶의 질을 조금 더 올려줄 거라는 믿음으로 자그마한 노력들을 반복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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