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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Jun 28. 2023

웜업, 쿨다운

[유병장수 합시다]2...사진:unsplash

일 년 넘게 허릿병 때문에 여러 가지 치료 요법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필요한 것이 스트레칭이라는 결론에 이러더군요. 운동치료의 모든 게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스트레칭으로 끝납니다. 평소에 계속해서 쓰는 근육이나 관절을 항상 이완 또는 긴장시키는 꾸준한 스트레칭 습관이 중요하다는 결론. 그렇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서서 근무한 지가 넉 달이 넘어갑니다. 3월에는 무릎에 부담이 많이 가더군요. 예상했던 대로요. 특히 왼쪽 무릎이. 그래서 꾸준하게 무릎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의자만 있는 곳이라만 어디서든지.



의자에 앉습니다 - 허리를 곶게 폅니다 - 왼쪽 다리를 일자로 쭈욱 펴고 10초를 카운트합니다. 이때 허리를 구부리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양쪽 허리를 손을 가져다 되고 했습니다 - 오른쪽 다리도 같은 방법으로 합니다 - 3세트 이상을 합니다



아주 효과가 좋았습니다. 점심시간 그리고 퇴근 후에는 무조건 걷습니다. 몸이 피곤하거나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집에서 걷습니다. 그렇게 한 두 달 지나면서 서 있어도 무릎 통증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유월 들어서면서 발바닥이 찌릿하기 시작하더군요. 아차, 싶었습니다. 이전에 달리기를 할 때, 라이딩을 할 때 가끔 느꼈던 통증입니다. 이번에는 결국 병원에서 물리치료까지 받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도 하는 말이 통증에는 스트레칭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손으로 스트레칭을 하는데 자세도 압력도 쉽지가 않습니다. 분명 꾸준하게 못하지 싶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옆에 있던 아내가 긴급하게 움직입니다. 그리고는 하루 반나절 만에 찾아내서 택배까지 시킵니다. 그렇게 도착한 족저근막염 치료 및 예방을 위한 스트레칭 도구들입니다. 



신발은 무중력 슬리퍼로 바꾸었습니다. 볼품은 없는데 착용감은 굿입니다. 우리 반 벼리가 아침에 한참 내 발을 쳐다보더니 묻습니다. 선생님, 왕발이세요. 롤러는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 며칠만 사용했는데도 발바닥 통증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하나 더 구입해 줬습니다. 사무실용으로. 사진에는 없지만 야구공은 롤러보다 즉각적인 효과를 냅니다. 더 아프지만, 하고 나면 뻐근한 근막이 빨리 풀립니다. 


스트레칭은 몸을 데우는 준비 동작 warm up, 몸을 식히는 진정 동작 cool down으로 나누어서 꾸준하게 진행해야 몸이 유연해진다는 사실을 더 진하게 알아갑니다. 이 동작이 짧은 간격을 두고 이어지는 공간이 잠자리이지 싶습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웜업 동작 한 두 가지를 꾸준하게 해 줍니다. 저는 무조건 기지개를 켭니다. 양팔, 양다리를 힘껏 늘린다는 기분을 잠깐 챙깁니다. 몇십 초 안 걸리죠. 그런 후 누운 채 옆으로 또르륵 굴러 엎드립니다. 그리고 코브라 자세를 3회에서 5회 정도 합니다. 잠에 취하면 이것도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합니다. 그런 후 옆으로 돌려 일어납니다. 그리고 침대 끝에 앉아 양발을 순서대로 반대쪽 무릎 위에 올립니다. 그리고 발바닥으로 만지작 거립니다. 주로 족저근막을 따라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줍니다. 정말 몇 초 안 걸립니다. 거실로 나서면 내 소리에 뛰쳐나오는 타닥이도 바로 나에게 달려오지 않습니다. 앞다리와 엉덩이를 최대한 늘린 후 나에게 달려옵니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침대 끝에 걸터앉습니다. 그리고 수건 하나를 발가락에 걸칩니다. 그리고 양손으로 천천히 잡아당깁니다. 발바닥이 쭈욱 펼쳐집니다. 그리고는 수면테이프를 붙인 상태에서 눕습니다. 아내가 공유해 준 명상음악을 틉니다. 일분 남짓 나오는 멘트에 따라 몸을 털 썩 털 썩입니다. 그리고 아침처럼 팔과 다리를 쭈욱 펼치면서 기지개를 켭니다. 그게 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전보다는 훨씬 더 깊은 수면량이 늘어났습니다. 웜업과 쿨다운으로 채워지는 하루는 우선은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을 키우는 절묘한 동작입니다. 유연성은 결국 회복 탄력성입니다. 근육도 관절도 움직인 만큼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이지요. 


언제인가 나의 회복탄력성 지수가 중간 이하였던 검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책 속에 있는 체크리스트에서. 이제 와서 보니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우선순위는 몸이었던 거란 생각이 듭니다. 가만히 눈감고 있으면, 심호흡을 몇백 번 하면 키워지는 게 아니었던 겁니다. 척추를 곶게 받쳐주는 엉덩이, 엉덩이를 지지하는 하체가 몸과 마음이었던 겁니다. 


체력이 올라와야 마음 근력이 단단해지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스트레칭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냥 키워지는 게 아니었던 겁니다. 웜업, 쿨다운하는 자기만의 동작들을 찾아 꾸준하게 연습해야 했던 겁니다. 육체적인 신호가 오면서 깨닫게 됩니다. 바로 서있고, 오래 달리고 바르게 많이 걷기 위해 온몸의 스트레칭이 필요한 것처럼. 그중에서 무엇보다도 이렇게 쓰기 시작한 이후에는 마음의 회복탄력성이 조금 더 늘어난 것은 다행 중 다행입니다. 어제처럼 출장 후에도 동네를 휘이 걸으려고 나가는 습관을 가진 것도 다행 중 다행입니다. 


마음, 생각, 마음, 마음, 생각, 걱정, 마음, 생각, 생각, 마음... 하다가 몸의 소리에 집중하니 조금씩 마음이 들립니다. 생각이 보입니다. 그러면서 마음 쓸 때도 몸 쓸 때처럼 자연스레 웜업, 쿨다운 과정이 이어지는 습관이 내 몸과 마음에 자리 잡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원래 다 아는데 못하는 게 습관이 되어 문제이지 싶습니다. 원래 인생이 뭐 별거 아닌데 별거인 것처럼 아등바등 거리는 건 아닌가 싶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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