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진실과 역경이 마주할 때가 있다.
진실한 사랑과 눈앞의 역경이 교차할 때,
그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우리는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의 약함 앞에서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만큼 가슴 시린 진실은 없는 듯하다.
내 인생에도 그런 순간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아빠가 힘든 일을 겪으셨을 때였다.
두 번째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무너져 내렸을 때였다.
가족이 힘든 일을 겪었을 때에는 두 가지가 나를 괴롭혔다.
사랑하는 가족이 아파하는 걸 바라보는 것이 힘들었고,
또 하나는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함이었다.
그때의 나는 어렸고,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내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나는 무릎이 닳도록 기도만 했다.
그렇게 무력함을 받아들였다.
그 받아들임의 힘은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했지만,
아빠를 향한 사랑으로 가득 채워 자리를 지키게 하였다.
두 번째는, 세상이 나를 밀어내는 것 같은 시간이 있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마음은 무너졌지만 그래도 살아야 했다.
슬픔이 넘쳐흘렀지만, 넘친 눈물이 그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는 듯했다.
고독함과 외로움.
부재를 느끼는 슬픔과 혼자 서는 것이 버거운 연약함.
그 어느 것 하나도 나를 나로 느끼지 못하게 하였고
나는 나 자신의 슬픔도 감당하지 못해 참 힘들다 생각했다.
그럼에도 살아야 했기에, 버거운 하루하루의 시간들을 꾸역꾸역 받아들였다.
진실한 사랑의 마지막 남은 책장 한 장을 덮어야 하는 그 순간 앞에 서서
수없이 망설였지만, 내 마음만큼은 지켜주고 싶어
그 끝을 조용히 덮었다.
그 순간은 내게 가장 깊은 역경이 되었다.
그렇게 내가 무너졌던 순간들은 분명 내게 아픔으로 남았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 순간들을 사랑한다.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머리보다 가슴이 반응한다는 것을 여전히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때를 기억하며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건
받은 은혜가 나를 덮기 때문이다.
깊고도 깊게 나를 덮는 그 은혜 위에
나는,
그 사랑의 파도 위에 내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해바라기'라는 노래가 있다.
하늘은 하늘로 그냥 머무르겠죠
구름은 어디로든 흘러가겠죠
난 어딜 봐야 하는지 아직 알지 못하는
해 지는 해바라기
나는 한동안 해 진 해바라기 같았다.
어디를 바라봐야 할지 알 수 없어 고개를 떨궜다.
어디로든 흘러가는 구름을 따라가고 싶었다.
내 위에 머물러만 있는 하늘이 야속해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해를 기다린다.
그 해를 바라보고 꽃이 피기를 바라고,
그렇게 밝은 해바라기가 되어 누군가의 작은 선물이 될 수 있다면,
여러 번 졌던 그 시간들도
무르익은 계절처럼 내 안에 포개어 두고 싶다.
살다 보면, 진실과 역경이 마주할 때가 있다.
나는 그 순간 위에 서서 오는 바람을 맞는다.
그렇게 맞서 또 다른 이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