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희 Nov 14. 2023

고독, 너를 반겨줄 그 언젠가

혼자인 듯 혼자가 아닌 나. 마음에 특별한 근심도 없고 우울이가 떠나가고 평안이와 함께 나날들을 지내고 있긴 하지만 한 가지 피할 수 없는 아이가 있다. 바로 '고독'이다. 이 '고독이'는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꾸 나를 찾아온다. 모두가 그런 건지 나만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게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이 고독한 시간들을 나는 피하지도 못하고 찾아온지도 모른 채 그렇게 머물렀다 가도록 나를 내주고 있다. 그리고 굳이 이렇게 '고독'에 대하여 쓰고자 하는 것은 버겁다 느껴지는 그 시간 앞에 자칫 우울할 수 있는 틈마저 내주고 싶지 않기에 정면돌파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책상 앞에 앉았다.


고독함 앞에 나는 늘 강자였다. 어려서부터 나는 혼자 있는 시간들이 많았었다. 긴 세월 속에서 나는 고독함이 아닌 자유함을 택하고 그 자유를 누리며 시간들을 이끌어갔다. 그런데 지난 몇 년 간 나는 어느새 고독함 앞에는 힘없는 약자가 되어버렸다. 혼자 있는 것이 힘들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불안정할 때도 있어서 어떻게든 그 시간을 버티기 위해 신앙으로 이기고 그 터널을 지나는 것이 일상이 되었었다. 물론 지금은 부정적이고 우울한 생각과 마음에 약한 모습을 내보이지 않고 현실에 충실하며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였지만, 안정되었다 싶으면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그 고독함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고 작아진다. '너 정말 대단히도 쫓아다닌다!' 윽박지르고 싶지만, 현실은 여전히 미숙한 나와 마주하기가 부끄러울 뿐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이 시간을 가만히 보내고 싶진 않아서 이른 새벽 일어나 이렇게 마음 단단히 부여잡고 '왜 나는 고독한지' 이상한 질문 해보고, 어떻게 대처할지 '나 홀로 회의'를 해보았다.


주제: 고독(Solitude)

질문: 고독,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

답: 위키백과에 따르면, 우선 '고독'은 '사람들과의 접촉이 없는 것과 같은 차단(seclusion)되어 있거나 고립(isolation)되어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고 한다. 그 상세 설명에 따르면, 고독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고 이로울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한다. 고독이 짧을 때는 집중력을 향상해 우리의 일과 쉼에 유익이 되나 고독이 길어지면 사회적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건강에도 이상이 생긴다. 외로움과는 달리, '고독'은 우리에게 고통만이 아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왜 내가 고독함 앞에 때로는 강자였지만 요즘엔 약자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고독 그 자체는 나쁜 애가 아니었다. 그렇다. 그 시간을 내게 유익한대로 보내면 혼자 있는 시간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오래되다 보면, 나는 또 약자가 되어 불안하고 외롭게 될 수 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관계를 해야 하는데 요즘 내가 관계하는 대상은 한정적이다 보니 가끔 이렇게 고독함 앞에 마음이 쓰라린 듯하다. 이쯤 되니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참 감사하다. SNS를 하지 않는 내게는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문이 지금은 '브런치'가 전부이다. 어쩌면 브런치라는 문은 내 일상에 여러 가지 일들에 비하면 작아 보일 수도 있지만 숨통을 트이게 하는 소중하고 꼭 필요한 문이다. 빛도 들어오고 계절 따라 바뀌는 풍경도 선사해 주는 멋진 창문과도 같다. 밖에 나갈 수 있는 대문은 아니어도 세상을 보게 하는 이 창문으로 나는 손이라도 뻗어 자유함을 느껴본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만약 나를 위해 준비한 듯 멋진 풍경과 함께 힘껏 달릴 수 있는 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이 '고독이'를 함께 데려갈 것이다. 내가 힘들 때 제발 좀 오지 말라해도 끈질기게 찾아와 나를 곤란하게 하던 이 '고독이'를 데리고 가서 내가 즐거움으로도 너를 이끌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런 날이 오기를 나는 간절히 바라보며 유독 고독한 오늘을 '허허'하고 소탈한 웃음으로 이 순간을 꽉 누른 채 우리 사랑하는 아기가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데 집해보려 한다.


이전 03화 식판 한 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