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희 Nov 28. 2023

사랑,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사랑은 어두운 흙더미에서 가장 밝디 밝은 보석을 캐내는 광부와 같다. 해 질 녘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도 노을을 뒤로하고 밭을 정리하며 고루고루 흙을 덮어주는 그 따뜻함이 우리의 찬란한 보석을 더욱 아름답게 다듬어준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그 시간에 내일을 준비하며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있어주는 그 깊은 마음은 사랑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연인을 바라보며 이렇게도 행복할 수 있는지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여 때론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거듭하는 사랑의 치열함 앞에 상처도 입어 가슴을 움켜쥐고 다시는 돌아보지 않으리라 다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석이 다듬어지는 시간이 필요하듯이 사랑도 아픈 시간이 부디 필요한 것이다. 온전한 사랑으로 가다듬어지기 위해 피어나는 꽃들처럼 모든 바람을 이기고 결국 남아 있는 그 감정을 움켜쥘 수 있는 것이다. 완전한 사랑을 우리는 만들어낼 수 없지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꾸어 주는 것만으로, 아껴주는 것만으로 완전해 보이는 사랑의 맛을 한 수쿱 떠먹어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녀를 향한 부모의 사랑도 만만치 않다. 어찌 이리도 아플 수 있는지, 어찌 이리도 슬플 수 있는지, 어찌 이리도 속상할 수 있는지, 어찌 이리도 사랑스러울 수 있는지, 사랑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그 모든 감정들을 집안 곳곳에서 경험하며 보석을 지켜내는 것 그 역시 너무나도 귀중한 사랑이다.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그 큰 사랑이 아래로 흘러내려 나에게서 내 자녀에게로 내려가는 그 사랑의 길은 기적처럼 갈라진 길과 같다. 내 마음속 우물 속에서 사랑을 길어내듯 그렇게 끝없이 터져 나오는 사랑의 물결은 인간을 양육하는 영양분이 된다.


우리 곁에서 사랑하는 누군가가 떠나갈 때, 우리는 흙을 두드리듯 마음을 판판하게 두드리며 그 아픈 가슴에 함께했던 시간과 기억과 손길을 묻는다. 때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랑 앞에 가장 소중한 선물을 잃어버린 듯 애타고 아파하지만 그마저도 한편에 검게 칠해져야만 오래도록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는 눈길을 머물게 하는 작품과 같다.  


나에게 사랑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천국과 같다. 모든 눈물을 위로해 주며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는 사랑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과거를 찬찬히 되돌아볼 때면 그 사랑의 풍요 속 아름다운 추억들이 되살아나 내가 오늘 이렇게 서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귀한 일이지 깨닫게 된다. 상처가 내 마음을 할퀼 때면 나는 정말이지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은데 그 사랑을 포기한다면 정말로 내 인생마저 황폐해질 것 같은 암흑에 대한 막막함에 나는 그 어둠에게 빛나는 사랑이 덮이게 두고 볼 수 없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다. 가장 깜깜할 때 별이 더 빛나는 것처럼 어두울수록 우리의 사랑의 빛이 밝히 내 세상을, 그리고 이 세상을 밝혀주기를 소원하는 아침이다. 사랑,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나의 눈물도 빛이 되어 그 사랑을 저 높이 가장 높이 올려 드리리.

이전 05화 부담(burden), 너를 그리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