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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Dec 12. 2023

집중

나의 일상을 지키는 방패

일상을 집 안에서만 보내고 있는 요즘, 가끔가다 집 밖에서 들려오는 주변의 문제들은 나의 평범한 일상을 단숨에 흩트릴 준비를 하고 와서는 나로 하여금 현재에 집중하는 것을 힘들게 한다. 흔들리지 않고 내 일상에 집중해야 하는 것을 앎에도 나약한 나는 그러기가 정말 어려울 때가 있다. 성실하게 일을 해낼 때의 나의 모습에 주변에선 '참 계획을 잘 짜고 실천을 잘한다'라고 칭찬하지만, 사실 때때로 나는 내 마음을 사로잡는 순간들이 올 때면 굉장히 즉흥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행동파가 되기도 한다. 밖에서 무언가 심란한 사건이 생기면, 나는 집에 와서도 그것을 잊지 못하고 그 특정 사건에 모든 에너지를 다 집중하여 녹초가 되곤 했었다. 일상의 모든 일들이 모두 다 멈추는 일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아기가 있으니 무슨 일이 생겨도 일상을 멈출 수가 없다. 나는 요동치는 마음을 붙잡고 아기의 밥을 하고 아기 눈높이에 맞춰 함께 노는 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집중해야 함에도 그럴 수가 없을 때면 이것이 상당히 어렵다고 느껴진다. 아니, 단련이 안 되어 있다고 느껴지면서 심지어 이것마저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오히려 아기가 갓난아기였을 땐 그저 먹이고 재우고 안아주고 늘 붙어있어서 사랑으로 돌보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사랑'이 큰 방패가 되어 외부의 어떤 문제가 와도, 그 어떤 문제보다 사랑이 더 커서 아기를 돌보는 일상에 집중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아기와 소통을 하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사랑'으로 치열했던 일상은 조금 더 성숙한 또 하나의 방패가 필요한 듯 보였다. 그래야만 아기와 더 다양하게 펼쳐지는 우리의 일상을 지킬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이 선택한 방패는 '집중을 위한 집중'이었다.


나는 내 시간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제는 나 혼자만이 아닌 '우리'에게 집중하고 살아야 한다. 우리의 시간, 우리의 가정, 우리의 미래와 같이 말이다. 함께할 때 더욱 행복한 가정이 되도록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한다. 남편이 바깥생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정의 평안함을 유지하는 것은 내 일 중 큰 몫이다. 또한 아기를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양육하는 것 역시 나의 큰 책임이다. 그리고 이렇게 안정된 가정을 세우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집중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우리의 흔들리지 않는 방패가 되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러한 생각을 하니 더 이상 바깥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필요 이상으로 나의 일상을 파고 들어오지 못했다. 흔들림 없이 이성적으로 내가 쏟아야 할 힘만큼만 쏟는 조절 능력이 내게 생긴 듯했다. 


마땅히 현재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은 큰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은 우리 아기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환경과 상황이 변해도 아기를 향한 그 사랑 그대로, 그 모습 그대로 아기를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아기는 안정감을 얻으리라 믿는다. 그렇기에 나는 내 평범한 일상을 지켜내고 싶다. 특히 아기에게 앞으로 특별하고 화려한 일들도 선물해주고 싶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지켜주고 싶은 것 역시 바로 평범한 일상이다. 나는 내 아기가 이 평범한 일상을 빛나게 살아가는 멋진 사람이 되길 기도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바람은 적어도 나로 인해 내 가정의 일상이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 산 사람은 살아가야기에 가장 중요한 건 현재이고, 그 현재의 존재를 인식케 하는 건 시간과 생명이며, 우리의 숨결이 그 어느 것으로도 꾸며지지 않은 채 날 것 그대로 드리워진 것이 바로 '일상'이라 여기기에, 나는 그에 '집중'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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