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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Dec 19. 2023

자존감 챙기기

당신의 환한 얼굴빛을 기억한다면, 잡으세요!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을 일을 하고 있을 때는 힘들어도 즐겁기 때문에 그 삶 자체가 나를 존중하고 있는 것이어서 자존감이 높아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가도 슬럼프가 와서 자존감이 낮아졌다고 느낄 수 있으나, 자아존중감이라는 말 뜻 그대로, 내가 즐거워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내 일상을 내어주고 있는 것 자체가 내 자존감을 높이고 있는 삶이기에 스스로가 쉽게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을 허락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때, 나의 자유를 억압하는 상황과 환경 속에 놓일 때,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할 때, 그리고 사람을 잘못 만났을 때. 이와 같이 어떤 특정 상황에 직면할 때 우리의 자아는 힘들어하고 그 힘든 것을 알아차리 못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면 우리의 자존감은 밑으로 내려간다. 거기에 그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그건, 수직하강이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환경이 좋지 않았을 때 나의 자존감은 가장 높았었던 것 같다. 물론 내 친구들은 약간은 궁핍하고도 수수해 보이는 나의 모습에 측은한 마음을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힘내!"라는 말에 정말로 힘입어 나는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었다. 지금 돌아보니 그때의 나의 얼굴빛이 내 인생에서 가장 환하고 빛이 났던 것 같다. 지금은 환경도 더 좋아지고 여건도 넉넉해졌고 주변에 가족들도 늘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홀로 있는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가끔가다 오히려 내 자아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어 어느새 빛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넉넉한 상황도 마음에 들지 않아 조금 우울해지다가도, '이러면 안 되지'하곤 반복하여 되뇐다. 감사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약간의 양심이 흔들리며 차근차근 나를 돌아보니 '내 자존감을 좀 챙겨야겠구나'하고 정신을 차리게 된다. 큰 것이 아니어도, 넉넉하게 오늘의 일상을 잘 버티고 살아낼 수 있도록 말이다. 이럴 때 무시하고 넘어가면, 피해는 아기가 받기에 재정비를 해야만 한다. 그늘이 드리워진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아기마저 나를 따라 밝은 빛의 환한 얼굴을 잊어버릴까 걱정이 된다. 억지웃음으로 때우려 하지 말고, 다시금 아기에게 진짜 환한 웃음을 짓기 위해선 정말로 내가 괜찮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에 만족하려 노력을 다해봐도 만족이 되지 않을 땐, 가장 밝을 때의 내 모습을 기억해 본다. 기억을 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사실 아기를 낳고 힘들었어도 잘 지내는 내 모습을 보며 내가 되찾은 나의 웃는 모습을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을 거라 자만했다. 그런데 인생을 산다는 게 만만치 않아서인지 나는 어렵게 찾은 환한 미소를 다시 잃어버렸었다.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저 깊이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듯했다. 아직도 괜찮지 않은지 불안함이 몰려오는 순간도 있었고, 매일매일 커가는 아기를 보며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고, 우울한 생각이 들어올 때도 그게 너무 익숙해서 방어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편안해하는 내 모습에 고개를 저어보며 포기하기가 싫어서 기도를 했다. 그리고는 꾹꾹 눌러 남은 눈물들을 왈칵 쏟아내고 나니 환한 빛이 다시 보여 또 한 번 일어설 힘이 생겼다. 그리고 하나의 소망이 생겼다. 지금은 물론 환경이 내 뜻대로 되지 않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우리 모두가 앞으로 전진하고 있음으로 그 가운데 언제가 또 한 번의 나의 때에 나 홀로였을 때 그저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내 모습을, 아니 '나의 기쁨'을 온전하게 다시 찾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아기만 챙기는 게 아니라 틈틈이 내 자존감도 잘 챙겨주려 한다. 남사스럽지만, "지희야! 괜찮아!"라고 가볍게 응원도 해주면서 말이다. 그래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누워있다가도 때 되면 다시 일어서서 계속해서 걸어갈 수 있기에, 그리고 아직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언젠가 그 모습 그대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놀이기구를 무서워해서 롤러코스터를 못 탄다. 근데 요즘은 내 인생이 롤러코스터 같다. 안전벨트 단단히 매고 안전바 꽉 붙잡고 마음은 내려놓고 어차피 탄 거 끝날 때까지 내 몸을 맡겨 나도 함께 시동을 걸어보려 한다. 두 손 들고 "야호!"를 외치며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그날까지 때론 낮은 자존감도 일으켜 세워보고, 너무 자존감이 높아져서 교만해지지 않게 지혜도 구하면서,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며 그렇게 앞으로 쭉쭉 전진하려 한다. 끝나지 않을 영원한 미래에 내가 품을 수 있는 소망이 늘 존재한다면,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소망이 현실이 되고, 그 현실이 또 한 번의 과거가 된다 해도, 나는 살아있음에 다시 감사하며 꿈을 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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