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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전문코치가 되었던 5가지

도약/리더/조직문화

by 김지엘


나는 어떻게 대기업 리더들을 사내코치로 양성하게 되었나


2015년이 끝나가는 초겨울 무렵.

S사에서 전문코치를 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구글이나 IBM 등 글로벌 기업 내에 상주하는 전문코치가 있기는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사례가 없다.


대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외부 전문코치를 채용한다는 것.


고민이 되었다.

선택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1. 유지냐 도전이냐


당시에 나는 거의 매일 코칭하고 있었다. 석사는 마무리 중이었고 고객층이 탄탄하게 쌓여가던 시기였다. 마케팅을 보완해서 이대로 확장해 나간다면 승산이 있어 보였다.


언뜻 보면 스타트업, 중소기업, 공공기관 CEO 등 내가 보유하고 있는 기존 고객층을 쭉 유지해 나가는 게 안정감 있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대기업의 내부에 들어가서 리더들을 깊이 있게 코칭을 해볼 기회가 또 있을까 싶은 마음도 컸다.


S사에 입사하고 나면 기존 고객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너무 아까운 마음이 컸다.

이 고객님들을 내가 어떤 마음으로 섬겨왔는지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지금 이대로만 잘 유지하더라도 먹고사는데 지장 없을 것이고 나름의 경력도 보존될 수 있을 것이다.


S사의 정규직 코치 포지션이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나는 기로에 서 있었다.

모의 시강까지 포함하여 면접을 네 차례나 진행했다.

최종 합격 후에도 여전히 기로에 서있었다.


'유지할 것인가, 도전할 것인가'


30대 후반이었다. 게다가 나는 매우 농록 한 30대를 보내온 사람이다.

딸아이 분유값도 못 벌었던 시기를 근성과 노력으로 극복했고, 이혼위기를 맞았을 때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해 온 나였다.


나는 여전히 목마르고

어떤 선택을 하던 자신 있었다.


유지하는 것도 도약이고

도전하는 것도 도약이겠구나.




2. 대기업에서 코치를 채용한 이유


가장 궁금했던 것은 코치를 채용하고자 하는 이유였다.

당시에는 전문코치라는 직업이 아직 익숙하지 않을 때였다. 대부분 HR담당자가 코칭 업무를 유사하게 진행하는 조직들이 좀 있긴 했어도 이렇게 정규직으로 전문코치를 채용까지 하는 건 매우 드문 일 아닌가.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관들이 나를 면접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 역시 그들을 면접했다.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 회사에 코치를 채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내 질문에 면접관마다 다른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공통된 확실한 한 가지 -


'CEO의 의지가 그러합니다.'


(1) 회사에 코칭도입이 시급한데, 기존 인력들을 활용해서 코칭을 해보려 하다가 잘 되지 않았다.

(2) 구성원의 문화가 기성세대와 달라서 리더들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3) 리더들의 자긍심이 떨어져 있다. 리더들을 변화시키고 싶다.




3. 업무는 만들기 나름


문제는 CEO의 의지만 가득하다는 것.


CEO 외에 본부장, 부서장들은 나를 이방인으로 대했다. 내가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는 상태였고

전문코치가 조직에 필요하다는 완벽한 합의하에 진행된 채용이 아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나는 스스로를 증명해야 했다. 채용이 된 이후였음에도 말이다.

단순히 나라는 존재를 증명한다기보다 전문코치가 이 조직에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만일 전문코치 포지션이 예전부터 마련되어 있어서 할 일이 정해져 있고 나 외에 동료 코치들이 이미 팀을 이루어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입사하고 싶었을까?

/

리더들이 코칭을 피드백이나 컨설팅, 멘토링으로 알고 있더라.


'여긴 황무지 구나..'

그래서 마음에 들어.


전문코치라는 사람이 입사했는데, 대체 왜 그런 채용을 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전반적이었다.

정해진 업무도 없었다. 스스로 발로 뛰어서 이런 부분에서 내가 회사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제안해야 했다.


코칭이 무엇인지 헷갈려하는 리더들이 대부분이었다.

여긴 그냥 황무지.


지금부터 땅을 일구면 되는 거고, 업무는 만들기 나름!




4. 관리자에서 리더로!


입사 후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인터뷰였다.

할당된 인터뷰 시간의 절반은 코칭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으로 할애하곤 했다.


나머지 절반의 시간은 인터뷰 대상자인 리더의 생각을 듣는 데에 집중했다.

특별히 세 가지에 집중했다.


'회사를 보는 관점', '구성원에 대한 관점',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


예상대로 수많은 부정적 답변들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 내가 발견한 긍정적 신호는 다름 아닌,

'리더들이 성장에 대한 의지가 크다'


매너리즘에 젖어 있는 리더들보다 성장하고자 무언가를 찾는 리더들의 수가 더 많았다.



"코치님! 관리자 마인드 만으로는 이제 더 이상 조직관리가 안 돼요. 회사는 우리를 리더라고 호칭하는데 사실 리더로서 제가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관리자와 리더는 무엇이 다를까요?"


"목표가 다르지 않을까요? 관리자의 목표는 관리를 잘하는 것 일 테고 리더는 구성원과 시스템을 잘 리딩하는 것이니까, 리더로서의 역할이 좀 더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렇군요. 지금 리더로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요즘 구성원들은 저희와는 다르잖아요. 제가 관리를 하는지 리딩을 하는지 모를 리 없고, 팀원들이 회사 다니는 이유가 단순히 돈 버는 것에만 있지는 않아요. 일을 하면서 스스로 잘 성장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는 걸 제가 자주 보는데.. 제 리딩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요."


(침묵)


"팀장으로서 제 역할 중 구성원들과 소통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단순히 업무 진행 상황체크 정도 하는 건 그야말로 관리잖아요. 제가 원하는 건 소통 자체가 구성원의 성장에 도움이 되게끔 하는 것이거든요. 이런 제게 코칭이 리더십의 근간이 되어 줄 것 같아요."




5. 사내코치 양성으로 조직문화를 손보자!


"대표님, 회사에 영향력 있는 리더들을 사내코치로 양성해 보는 것은 어떠세요?"


인터뷰 기간이 끝난 후, CEO보고를 진행했다.


단순한 질문 같지만 나는 회사의 조직문화를 코칭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했던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계층별 리더들을 만나고 내렸던 나름의 결론이다.


(1) 리더들은 성장하고자 한다.

(2) 리더들의 삶은 밸런스가 필요하다.

(3) 구성원들은 더 이상 인센티브로만 동기부여 되지 않는다.

(4) 코치형 리더십 말고 리더가 코치가 되어야 한다.

(5) 쥐어짜서 성과를 내는 업무형태만으로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갖추기 어렵다.

(6) 영향력 있는 리더들의 변화는 더 큰 긍정적 영향을 조직에 선물한다.

(7) 일회성 코칭기술 말고, 코칭역량을 갖춘 리더들이 코칭마인드로 일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자.


CEO의 호의적 반응이 있었다.

나는 사내코치 양성이라는 큰 틀을 잡고 세부 계획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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