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소소한 행복 덕분에

대학원생 2학기 6주차의 일기

by 윤지민

남편의 생일이 토요일이었다. 나는 매주 토요일 아침에 수업이 있다. 그래도 결혼하고 처음 맞는 남편의 생일날 아침 제대로 된 생일상을 차려주고 싶어 일찍 일어나 미역국도 끓이고 남편이 좋아하는 생선도 구웠다. 학교도 가야하는데 아침부터 고생했다고 안아주는 남편 덕에 보람찬 시작이었다. 나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싶다며 남편도 같이 학교로 향했다. 내가 수업을 듣는 동안 남편도 도서관에서 나를 기다리며 공부를 했다. 운이 좋게도 수업이 평소보다 일찍 끝났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근처 맛집에 가서 남편이 좋아하는 초밥을 잔뜩 먹었다. 아침부터 점심까지 든든하게 먹어 배부른채로 집에 돌아와 낮잠을 잤다. 나른하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 둘 다 각자의 책상에 앉아 오후 공부를 했다. 저녁에는 아빠 생일과 남편의 생일이 하루 차이인지라 친정 식구들과 합동 생일파티를 열었다. 오랜만에 친정집에서 엄마가 쉐프로 나서 한우스테이크를 구워먹었다. 와인 한 잔에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오늘 하루 삼시세끼를 제대로 챙겨먹었기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손잡고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했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20년을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다. 지금 신혼집에서 보이는 놀이터에서 매일같이 시간을 보냈었다. 내 삶이 담겨있는 이 동네에서 사랑하는 남편에게 어린 나의 추억을 하나씩 들려주며 살고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행복한 순간이다.


일상에서는 힘든 순간이 참 많다. 우리 부부에게도 올해 하반기는 여러모로 참 부담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은 시점이다. 그래도 이러한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음이 어찌나 감사한지 모른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와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는 짧은 순간들 덕분에 하루의 피로가 달아나고, 주말에는 둘 다 독서실 모드인지라 집이 조용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쉬고 있다는 사실에 힘이 난다. 함께 저녁을 챙겨먹는 날이 아주 드문 요즘이지만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서로에게 힘들다고 징징거릴 틈이 없다. 그저 안아주는 것만으로 힘들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당신은 그 자체만으로 나에게 최고의 사람이라는 말을 이제는 둘 다 눈빛으로 전할 수 있다.


소소한 행복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오늘이 힘들었어도, 지금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가올 내일이 기대된다. 우리가 일을 하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소한 행복을 만들며 살아가기 위함인데 너무 무리할 필요 없다. 지금의 나는 매 순간 소소한 행복을 기억하고 찾아낼 줄 아는 사람으로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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