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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 Feb 23. 2020

6. 기다리고 기다렸던 눈이 온 다음날

전원주택에 눈이 오면 2

올해 처음으로 눈 같은 눈이 온 일요일,

눈이 올 때는 너무너무 좋았지만 밤새 오는 눈에 다음날 출근이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집 앞에 꽤 가파른 언덕이 있거든요.


단순히 눈길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고, 몇 년 전 강원도에서 눈이 오는 눈길에서 차가 뒤로 미끄러졌던 기억이 있어서 눈길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차였습니다.

밤새 온 눈에 덮힌 우리차


그래서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고, 일찍 준비하여 애들도 일찍 깨워서 평소보다 30분이나 먼저 나왔습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이른 시간이었는데 저희 동네로 들어오는 차가 있더라고요.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생각보다 문제없이 부릉부릉 올라갔습니다. 이제 100미터 정도만 더 가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길했던 예감이 대체로 맞는 것과 같이 마지막에 있는 언덕에서 차가 못 올라가더라고요. 액셀을 밟아도 뒤로 후진을 하는 겁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아까 동네로 다시 돌아간 차는 못 올라가서 되돌아온 차라는 사실을요. 마침 아까 차를 돌리셨던 차주인께서 지나 가시 더라요.

저도 여러 번 해봤는데 안되더라고요. 그냥 차 놓고 걸어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친절하게 제가 차를 뒤로 돌릴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혼자도 아니고, 애들을 데리고 가는 상황에서 "걸어가는 것"은 옵션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반차를 쓰고 조금 따뜻해진 후에 출근하면 모를까요. 근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고 난 지금 드는 생각이지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저 이 언덕을 내가 넘고야 말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2WD에 평범한 SUV차를 타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풀 액셀을 밝고 올라갔습니다. 그래도 아까 그 지점에서 출력이 확 떨어지더니 다시 미끄러지더라고요. 조금은 막막해졌습니다. 이 상황에서 다시 아래로 내려가자니 후퇴하는 느낌이 들었고요. 왜인지 앞으로 전진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풀 액셀을 밟았습니다. 그러니 1분에 1센티씩 움직이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것도 잠깐이었습니다. 다시 차가 뒤로 밀려 내려오는 겁니다.


솔직히 누가 뒤에서 조금만 밀어주면 바로 올라갈 것 같았습니다. 제차가 무거워서 그러는 것 같아 첫째에게 내리라고 하고 었지만 차마 6살 아들에게 그렇게 얘기할 순 없어서, 그것만은 생각만으로 남겼고요. 보험사에 전화할까도 생각했는데 보험사가 오기 전에 눈이 녹을 것 같아 불필요한 일이 될 것 같았습니다.


여러 생각이 오가는 사이 작은 세단 차는 제 옆을 가볍게 지나가더라고요. 그분께 도움을 청하고 싶었는데 너무 순식간에 가버리셔서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염화칼슘 통을 찾았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저희 동네에서 구비하고 있는 통이 있더라고요. 제 생애 염화칼슘을 뿌리게 되다니 정말 새로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선 파킹 브레이크를 하고는 통까지 가서 염화칼슘을 가져왔습니다. 한 봉지가 꽤 무거웠습니다. 솔직히 그땐 춥고, 출근을 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 보니 제가 가지고 있던 것의 배의 힘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뿌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나오는 대로 슝슝 뿌렸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춥고 무섭고 무거워서 힘도 들었거든요. 애들은 잘 있을까 걱정도 되었고요.


그래도 충분히 뿌리고 나서 다시 액셀을 밟으니 차가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뭔가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몰려왔습니다. 아들도 우리가 드디어 해냈다고 기뻐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약 40분이 소요가 되었고, 결국 30분을 일찍 나왔지만 평소보다 10분이 늦게 된 것입니다. 오늘 하루 에너지를 다 쓴 기분입니다.


그러나 동네 카톡방에서 어느 분께서 이렇게 올려주셨더라고요. 한 것이 크진 않지만 조금은 뿌듯했습니다. 제가 첫길을 뚫어서 그다음분들은 조금이라도 편히 가셨을까 생각이 되었습니다.


저희 집이 4호입니다.

월요일도 내내 눈이 내려 걱정은 했습니다만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려울까 싶어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눈 올 테면 또 오라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론 날씨가 따뜻해서 눈이 완전히 다 녹아버렸습니다. 정말 한여름밤의 꿈과 같은 즐거운 추억이었습니다. 벌써부터 내년 겨울이 기대가 됩니다.


남편은 이렇게 전원주택 내공이 쌓인 거라며 응원해 주었습니다.

눈사람은 꽤 오래 저희와 함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전원주택에 대한 내공도 추억도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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