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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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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Nov 11. 2018

찜질방과 엄마

우리 엄마는 궁금증이 참 많다. 친구들과 약속이라도 갔다 오는 날이면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무얼 먹으며 만났는지 우리 일상의 시시콜콜을 궁금해했다. 게다가 겁도 많고, 천상 소녀 기질을 타고났다.


스무 살, 친구들과 한창 놀러 다니던 때,

선배와의 만남 자리에서 술을 진탕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

엄마는 내게서 술 냄새를 느끼고

"술 마셨구나! 많이 마셨어? 얼마나 마셨어? 소주 한 잔?"


그때 이후로 나는 엄마에게 모든 것을 말하지 못했다. 고작 소주 한 잔에 놀란다면, 한 병에는 까무러칠 테니깐.


또 다른 일화는, 하루는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와 놀다가 찜질방을 가겠노라 말씀을 드렸는데,

엄마는 어떻게 남자와 여자가 한 곳에서 잘 수 있냐면서 놀랐다.


찜질방이란 곳은 굉장히 개방적인 공간이고, 모두가 찜질 복을 입고 아무 데나 널브러져 자는 곳인데.


꽤 최근에 엄마에게

"엄마는 은근 보수적인 것 같아."

라고 말했더니, 엄마가 "내가? 너희 아빠가 더 보수적이지."라 말씀하신다.

"아니야. 아빠는 개방적인데?"

심지어 아빠는 혼전 동거도 괜찮다는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고작 소주 한 잔과 찜질방에 놀라는 엄마가 보수적이라고 생각한 것.


들어보니 아빠는 장미는 노란 장미밖에 없다고 생각하신단다.

그건 보수적인 게 아니라, 고집이 센 거지!


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어머. 내가 그랬니? 난 찜질방을 한 번도 안 가봐서 어떤 데인지 몰랐어."

라고 나중에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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