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건너, 빛이 되어가는 모든 이에게
밤빛
어둠이 내린 한밤의 빛은 운치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눈길도, 발길도
어느덧 멈춰 서곤 합니다.
한밤의 빛은 밝지만 눈부시지 않고,
한밤의 빛은 따뜻하지만 뜨겁지 않습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더 아름다운 밤빛.
어둠이 짙어질수록 더 반짝이는 별빛.
어두워야 보이는 빛 그림자 속 세상,
꿈꾸는 별들의 세상입니다.
바라건대
내 사랑하는 이들 모두
어둠 속에서도 아름다운
별빛 닮은 사람이 되기를.
때로는 어둠조차 품어 안아
가슴 뛰는 예술작품을 빚어내기를.
어둡다 스러지지 말고.
밝지 않다고 염려치 말고.
고유한 빛으로 피어나
꿈꾸던 세상 멋지게 만들어 가기를.
별이 되는 시간
한동안 무섭게 아팠습니다.
까무룩 정신을 잃어 쓰러지기도 하고, 눈앞이 하얘지며 수분 간 시력을 잃기도 했습니다.
극심한 몸살과 함께 다리에 열꽃이 피고, 어깨가 말려들어 팔조차 들 수 없었던 때도 있었지요.
육신이 고장 나 삶을 살아갈 동력을 잃어버리면
그제야 비로소 보이는 게 있습니다.
내가 아닌, 진짜 나.
가짜 세상과 멀어지면 만날 수 있는 진짜 나.
아픔은 주렁주렁 매달린 책임도 내려놓게 했습니다.
욕심은 사라지고, 미움도 줄었습니다.
그 아픔 덕에 나의 어리석음을 돌아보게 되었고, 덕분에 잊고 있던 나를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입을 닫고, 눈을 감으니 그제야 보였습니다.
돌 틈에 자라는 민들레 하나,
여름 마당에 지천으로 핀 달맞이꽃 군락.
간섭도 걱정도 없는 세상에선
보이는 것 모두가 온전히 아름다웠습니다.
초여름 마당, 불쑥 자란 쑥대를 뽑아내던 어느 날,
행여나 꽃들이 다칠까 쪼그리고 앉아
날카로운 호미 날로 쑥대 뿌리를 긁어내었습니다.
말끔하게 비어진 마당에 햇살이 들어차니
말간 연분홍빛 달맞이꽃 군락이 드러났지요.
가까이서 본 달맞이꽃은
벌레에 뜯긴 흉터로 숭숭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그 볼품없는 모습이 꼭 내 모습 같아 애처로웠습니다.
그런데도 몇 발짝 물러서 바라보면,
군락을 이룬 달맞이꽃은 사랑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찢기고 상처 입은 모습 그대로
아름다움은 완성되어 있었지요.
상처도 꺾어짐도 삶의 일부일 뿐.
그 어떤 것도 존재의 아름다움을 해치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가슴속에 잔잔한 파동이 일었습니다.
그 물결에 이끌려, 나도 내 흉터를 감추지 않기로 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피어 있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일지라도.
주어진 쓰임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작고 느릴지라도 그게 나의 진짜 삶이기에.
밤이 되어 별빛이 반짝이고,
지상에도 은하수가 펼쳐졌습니다.
하늘만 바라보며 별을 찾던 나는
이제 땅 위의 별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별빛은 낮에는 숨어 있다가
어둠 속에서 비로소 선명히 드러났습니다.
"사람이 별이구나"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흔들리며 살아가는 존재.
빛을 내기 전엔 더 큰 빛에 기대어
자라나는 어린 존재.
어둠이 깊어질수록 더욱 뚜렷하게 빛나는 존재.
별은
한낮의 눈부심 속에선 숨어 있다,
밤이 되면 고요히 제 빛을 발하지요.
빛을 잃어버린 우리.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두려움에 갇혀 있던 나를 기억합니다.
한때는,
밝은 세상만이 옳다 그리 믿었었지요.
어쩌면 그 믿음이
내 안의 별빛을 가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끝없이 흔들리다 마침내 나를 찾았습니다.
어둠이 아니었다면,
나는 나를,
나의 빛을 몰랐을 겁니다.
아주 작은 빛이어도
어둠 속에선 무엇보다 밝게 빛나는 법입니다.
당신도 켜보세요.
내 작은 빛, 네 작은 빛이 모이면
어둠은 더 이상 어둠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작은 빛 하나하나가
제 빛을 낼때,
머잖아 우리는 모두 찬란한 별이 됩니다.
그러니 용기 내어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가 먼저 들어줄게요.
당신이 밝아지면,
또 다른 누군가의 밤이 밝혀질 테니까요.
아침은 우리가 빛날 때 찾아옵니다.
빛으로,
서로를 비추는 그 순간,
우리는 눈부신 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