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닙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당신을 다시 바라보겠습니다

by 지은담


"당신 좀 특별해,

당신 같은 사람 처음 봤어."

지인이 말했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 흐르던 대화 속에서 불쑥 나온 말이었죠.

그런데 그 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만날 때마다 비슷한 말을 반복했으니까요.


‘칭찬인가? ’

‘아니, 무슨 뜻이지?’

자꾸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내가 눈치가 없는 걸까? 아니면 정말 이상한 걸까?’

이런저런 설명도 없이 툭 내뱉는 말에

당최 그 속을 알 수 없어 괜히 갑갑해졌습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는데, 다른 건 너무 당연한 건데...

일란성쌍둥이조차 다 다르더구먼'

당신 같은 사람 처음 봤다라는 말은,

마치 맞지 않는 구두에 억지로 발을 구겨 넣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엔 그 말이 칭찬처럼 들렸지만

자꾸 들을수록 틀에 갇히는 기분이라 그리 유쾌하진 않았지요.

어쩌면 나는 정해진 틀 안에 나를 끼워 맞추려는 말들이

본능적으로 불편한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생각에 끌려다니고 싶지 않아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냥 생각이 다른 거요. 원래 다 다른 거잖소.”

“그러니, 특별한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거요.”

농을 던지듯 쏟아내고 나서야 마음에 편안해졌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적,

바둑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어머니, 두 아이 다 경쟁의식이 전혀 없어요.”

선생님의 걱정어린 말이 그땐 적잖이 불편했는데...

그 말이 괜한 걱정이었음을 지금은 압니다.

경쟁의식은 조금 부족할지 모르나

조화롭게 주변과 잘 어울리는

유연한 성격을 지녔으니까요.

“넌 이래”라는 말,

어쩌면 보이지 않는 감옥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살았지만,

내 마음과 생각은 분명 어제와 달랐습니다.

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도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닙니다.


나는 하나의 얼굴로 살아가지 않습니다.

사람이라는 거울 앞에 설 때마다

나의 모습은 달라지니까요.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어떤 이에게는 잔소리 많은 순악질 여사로,

어떤 이에게는 감성 충만한 시인으로,

어떤 이에게는 쌀쌀맞은 이웃으로,

또 어떤 이에게는 사람 좋은 동네 언니로 비치곤 합니다.


이 모든 모습이 입니다.

관계의 순간 속에서,

드러난 한 단면일 뿐입니다.


어떤 얼굴은

내가 보여주고 싶던 나였고,

어떤 얼굴은

상대가 기대한 나였으며,

어떤 얼굴은

상황이 나를 그렇게 만든 나였습니다.


우리는 종종

“그 사람은 원래 그래”라고 말합니다.

그런 말을 내뱉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의 또 다른 얼굴을

지워버리게 됩니다.


밤하늘의 달처럼,

우리가 마주 보는 건

언제나 한쪽 면일뿐입니다.


보이지 않을 뿐,

달의 뒷면은 늘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저, 비치지 않았을 뿐.

아직 그 뒷면을 비춰볼 여유가 없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오늘

누군가의 얼굴이

그 사람의 전부라 믿지 마세요.

우리는 매일 조금씩, 보이지 않게 빚어지고 있습니다.


매 순간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서로를 바라본다면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더 많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오늘은,

그저 이렇게 말해 보세요.

“아! 그러하구나”


조금 어설펐던 오늘의 나도

가볍게 흘려보낼 수 있어야

내일의 더 멋진 나도 만날 수 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만들어지는 중입니다.

내일의 나는

또 다른 얼굴로

당신 앞에 서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부디,

오늘의 나를 너무 빨리 판단하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나 역시,

당신을 한 문장으로 기억하지 않겠습니다.


오늘이 처음인 것처럼,

당신을 다시 바라보겠습니다.


아직 비치지 않은

당신의 또 다른 얼굴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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