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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노는양슨생 Apr 11. 2021

부모도 사람이다

스펜서 존슨의<부모> 책으로배우는 본보기

 집에서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진 순간, 남편과 아이들이 깜짝 놀라 나에게 달려왔다. 걱정스럽게 날 바라봐주는 가족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갑자기 4살인 둘째가 날 보며 얘기한다.


 "그러니까 내가 조심해서 다니라고 했지!"


 푸흡.  아픈데 웃음이 났다. 자주 넘어지는 아이에게 내가 한 말이었다. 이렇게 그대로 돌려받을 줄..!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나 말투를 보고 소름 끼칠 때가 있다. 나랑 너무 똑같이 말해서.


 "푸하하 미치겠다"

 "엄마 대박인데?"

 

두 딸의 말투가 나랑 똑 닮아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억양까지 비슷해지는 것 같아 웃음이 날 때도 있고 놀랄 때도 많다. 






이 책은 자람패밀리에서 하는 스스로 부모학교에 참여하며 알게 된 책이다. 스펜서 존슨의 <부모>. 현재는 절판되어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을 활용해서 볼 수 있다. 읽자마자 인생책이 되어 절판되었지만 이 책에 나온 문구를 소개하고 싶다. 



 엄마라고 항상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어요. 저는 아이들이 부모 역시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랐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진심으로 그렇게 느낄 때면 저를 꼭 안아주며 칭찬해달라고 부탁했죠. 

"부모도 사람이다"


<부모> p69, p164



 이 강렬한 한 문장. '부모도 사람이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나는 항상 잊고 지낸다. 부모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생각들을 나도 모르게 갖고 있다. 엄마라서 항상 다 잘할 수 없고, 부모라서 완벽할 필요도 없다. 엄마도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고, 보살핌이 필요하다. 부모도 자녀에게 칭찬을 받으면 아이를 더 즐겁게 사랑할 수 있다. 아이가 엄지 척을 하며 "엄마 최고!"라는 말에 입꼬리가 쭈욱 올라가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부모도 사람이라는 사실, 이 하나만 인정하더라도 부모살이가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아이들은 세 가지 방법을 통해 배운다.

본보기를 통해

본보기를 통해

그리고

본보기를 통해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본보기는 우리가 화내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예요아이들은 감정, 그것이 부정적인 감정이더라고 아직 작을 때 일찍 표출한다면,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배울 수 있어요."

 "부모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이를 학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안에 쌓아두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커져서 자기도 모르게 어느 순간 폭발해버리기 때문이라도 들었어요."

<부모> p185


 이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다. 부모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고 자라는 게 당연한데, 자꾸만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치려 하고, 나도 하지 못하는 걸 강요할 때 웃음이 난다. 특히 스마트폰!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게 너무 다양해져서, 나도 집에 오면 스마트폰이 정말 하고 싶다. 엄마도 저렇게 재미있어하는데..! 하며 우리 아이들도 엄마, 아빠의 핸드폰을 서로 점령하려 노력한다. 부모의 역할 중 '본보기'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그런데 이 책에서 더 마음이 와 닿았던 건, 부모인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본보기가 화내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나는 화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화를 내는 나의 모습이 부끄럽고 정말 싫다. 화를 안 내고 싶은데 불쑥 화가 나는 내 모습을 매일 밤 반성했다. 그런데 부정적인 감정도 그때그때 표현할 수 있는 게 건강한 것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당연히 사람이니 화도 나도, 짜증도 날 때가 있는 건데, 화나는 내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는 꾹 참았다가 한 번에 폭발하는 시한폭탄 같은 사람이었다. 


 둘째 아이는 눈치가 빠르고 예민한 편이다. 내 표정이 조금이라도 어두우면

 "엄마 화났어?"


라고 물어본다. 어느 날 캠핑에 가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마주 앉아 간식을 먹고 있을 때, 3살이었던 둘째 아이가 어떤 분을 가리키며

 "엄마 저거 화났어?"


라고 물어보았다. 어찌나 놀랬던지. 나는 어른에게 '저거'라고 표현한 게 마음에 걸려 서둘러 다른 말로 화제를 돌렸다. 몇 분후, 그 아주머니께서 오셔서

 "아줌마 화 안 났어 ~ 짐 치우는 게 힘들어서 그랬나 봐."


 라고 말해주셨다. 나는 서둘러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렸다. 이러한 둘째였기에, 둘째가 화났냐고 물어보는 질문이 항상 마음에 걸렸었다. 


 "엄마 화났어~?"

 "음, 화난 건 아니고, 오늘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엄마 표정이 어두웠나 봐."


 분명히 내 어두운 표정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화났냐고 묻는 말에 나는 매번 "화 안 났어"라고 대답하니, 아이는 더 답답했을 거다. 그래서 지치고 힘들 때 엄마 목소리가 더 커지기도 하고, 얼굴을 찡그릴 때도 있을 거야~라고 얘기해주니 아이는 그 뒤에는


 "엄마 화났어~?"

 "아니야, 엄마 화 안 났어~"

 "음, 그럼 지금 많이 힘들어~?"

 "응. 엄마가 오늘 집안일이 밀려서 너무 힘들어"


 라고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부모교육에 대해 알아보고, 책도 열심히 찾아 읽었다. 결국 대부분의 책들은 아이에게 뭘 자꾸 가르치기보다 부모인 내가 행복하면 아이들도 행복하고, 나의 자존감이 높으면 아이들의 자존감도 높아진다고 말해준다. 


 육아서를 읽으면 그 효과가 3일 정도 간다고 한다. 그만큼 육아는 머리로 알면서도 마음처럼 잘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삶에 먼저 귀 기울여주고,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그러한 부모의 삶을 본보기 삼아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는 말들이 내게 힘을 준다. 부모인 내 삶이 더 아름다워지고 있는 이유다. 오늘도 나는 책을 읽는다. 부모인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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