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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노는양슨생 Apr 11. 2021

그니깐 왜 놀아야하냐구?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책에서 배우는 놀이밥

 사람들은 내가 교사라고 이야기하면 아이 교육이나 학교생활에서 궁금한 점에 대해 물어본다. 그런데 여간 대답해주는 게 쉽지 않더라. 교사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내 의견일 때도 많다. 답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 '교사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생각할까 봐 쉽사리 편한 대답이 나오질 않더라. 대한민국에 수많은 교사가 있다. 교사라고 다 같은 생각을 가지는 게 아닌데, 내 대답이 누군가에게 편견으로 자리 잡을까 봐 무서울 때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사이지만 나도 잘 모르는 부분도 많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는 객관적인 입장으로 자리매김하지만, 내 아이의 부모의 입장이 되니 마구 흔들린다.


 제일 고민이었던 것은, 사교육.

 첫째 아이는 배우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가르쳐주면 흐뭇한 미소가 나올 만큼 성취도도 좋다. 나도 모르게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며, 부모인 내가 좌지우지해서 사교육을 시키진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실제로 자기 주도 학습이 잘 된 학생들이 학업성취도가 높은 사례도 많다. 또한 학업성취도 즉 성적이 아이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만 뒤쳐질까 봐, 내 아이만 손해 볼까 봐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자꾸 다른 아이들은 뭘 시키나 기웃거렸다. 그리고 예체능은 시켜도 되는 사교육 분야로 생각하고 동네에 미술학원, 발레, 문화센터 등에 열심히 다니기도 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에 참여했던 놀이 부모교육에서 '놀이'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열렸다. 당시 교육해주셨던 플레이스타트 센터장님을 찾아뵈었다. 그리고 편해문 선생님의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책을 추천받았다.


 가장 좋은 놀이터와 최고의 놀이기구는

 다름 아닌 넉넉한 놀이시간이다.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사람이 밥을 먹고살듯이, 놀이가 본능인 아이들에게 놀이밥을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

 놀 터(놀 장소), 놀 틈(놀 시간), 놀 동무

 놀이밥의 세 가지 요소를 알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대단한 교구나 장난감, 키즈카페가 꼭 필요한 게 아니었다. 핫한 장난감을 사주거나 유명한 키즈카페에 데리고 가는 게 잘 놀아주는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허용하고 또 허용하며, 넉넉한 놀이시간을 주라는 편해문 선생님의 말씀이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아이는 시간이 아주 많다. 왜들 뭐든지 일찍 시작해서 아이와 관계를 그르치고 돈은 돈대로 쓰고 마음과 영혼과 몸을 망가뜨리려는 것일까. 조기교육이나 적기교육 대신에 나는 ‘놀면서 기다리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아이에게 자유와 놀이를 허용하고 허용하고 허용할 때다. 너그럽고 단순하게 아이와 지내자. 그것으로 충분하다. 만약 부족함을 느낀다면 유머러스 정도를 추가하자. 아이와 함께 지내는 데 이 세 가지면 정말 부족함이 없다.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p113


 무엇보다 교사인 엄마로서 아이 교육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줄었다. 조기교육이나 적기교육 대신 '놀면서 기다리는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자유와 놀이를 허용하고 허용하고 허용할 때라니! 지금 내가 아이와 여유롭고 편안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너그러움, 단순함, 유머러스함만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의 2021년 playful life ; 너그럽고 단순하게 아이와 지내자




‘놀이밥’을 먹도록 도와주는 일이 부모가 해야 할 가장 긴요한 일이다. 행복이 뭔지 놀면서 아이들 스스로 몸에 담을 수 있게 해 주시라. 그래야 뒷날 어려운 시기와 맞닥뜨렸을 때, 놀면서 만났던 즐겁고 행복한 기억을 꺼내 살 수 있으리라.


또한 당신 한가운데 살아 있는 ‘노는 마음’ 또한 되찾아 아이들과 함께 놀 궁리를 좀 더 하자.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p17


  왜 놀이가 꼭 필요할까? 아이들은 왜 놀아야 할까?라는 물음에 답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책을 통해 내가 아이를 기르는 가치관에 방향을 단단히 잡을 수 있었다. 사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도, 어른도, 어르신도 놀아야 한다. 마음껏 놀면서 즐거웠던 기억으로 우리는 행복하다. 놀아야 그 행복을 내 몸에 오롯이 담을 수 있다. 내 닉네임을 '잘 노는' 양슨생으로 정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놀면서 실패와 좌절을 넘어서는 상황들과 만나면서, 더 단단해지는 나와 우리 아이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놀이와 교육은 길항하는 관계가 아닌 상호의존적 관계다. 쉽게 말하자면 교육이라는 것은 무엇이 즐겁고 재미있고 기쁜지 알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놀이이니 교육과 무엇이 다르다 할까. p216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p216



 놀이는 배움으로 가는 

가장 쉽고 진지한 첫걸음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놀아야 할 양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 양은 채워져야 한다. 그 양이 채워졌을 때 아이들은 이제 다른 삶의 주제로 비로소 넘어갈 수 있다. 그것이 ‘배움’ 일 수 있다. 좀 더 놔두고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p266


  교육에 대해 묻는 주변분들의 질문에 나의 생각이 자꾸 흔들려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놀이와 교육은 상호의존적 관계라는 것. 교육은 무엇이 즐겁고 재미있고 기쁜지 알아가는 것.

내 아이가 잘되었음 하는 마음. 이해가 된다. 나도 그러니까. 그런데 아이들이 좀 더 놀 수 있도록 놔두고 기다리는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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