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교> 책으로 배우는 아이의 소중함
나는 아이를 기르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나는 나름 성실왕이다. 뭐든 열심히 하면 중간 이상은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내 안에 있었기에 육아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부모살이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 누구도 나에게 모유수유가 힘들다고 얘기해주지 않았다. 첫째 아이 출산 후,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과 전신에 난 두드러기 자국에 피부과를 갈 수 밖에 없었다. 약을 복용해야했기에 단번에 모유수유를 포기했다.
둘째 출산 후에는 젖몸살을 경험했다. 몸의 한 부위가 그렇게 돌처럼 단단해질 수 있다니. 옷깃만 살짝 스쳐도 죽을것 같이 아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하는 건데..'
'좀만 더 늦게 결혼할 걸..'
'좀만 더 늦게 아기 낳을 걸...'
이라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며칠 전, 넘어졌는데 무릎뼈가 부러지는 일이 생겼다. 정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던 주말 저녁. 아니 더 행복했던 저녁이었다. 화이트데이여서 남편은 나를 위해 수제초콜릿을 사왔다. 나는 주말에 친구를 만날 수 있게 아이둘을 혼자 돌본 남편에게 고마워 참치회를 사왔다. 멋지게 상차림을 해서 행복하게 먹던 시간. 그리고 텐트 안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러 가다 꽈당 넘어지고 말았다.
어찌나 아프던지.. 집에서 넘어졌기에 그저 웃어 넘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무릎이 엄청나게 붓더라. 걸을 수 없을만큼 아팠다. 다음날 병원에 갔더니 무릎뼈가 부러졌다고 했다.
올해 꼭 잘해내고 싶었던 일들이 한가득이라 정말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게 올 스톱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픈건 둘째치고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계속 났다. MRI를 찍으러 들어가서도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일이 생긴거야!!' 라고 분노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이 다치는 것보다 내가 다치는게 백배 천배 낫다'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라.
예전에 부모님께서
"너가 아픈것보다 엄마(아빠)가 아픈게 훨씬 나아~"
라고 말해주실 때, 이해가 안되었다. 그런데 부모가 되니, 아이를 낳아보니 아이가 아프면 심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 내가 아픈게 백배 천배 낫다. 어디서 이런 사랑을 겪어 볼 수 있을까. 소싯적 연애좀 해봤다고 자부하는 나는 애인과의 사랑에서는 이런 마음을 전혀 느껴보지 못했다.
'하느님 남자친구가 아플 바에는, 제가 아프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두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들이 아플 바에는 제가 아프게 해주세요'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나는 아이 기르는 대가를 치렀다.
아이는 예쁘고 사랑스럽고
자고 나도 시들지 않는,
이 세상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아름다운 꽃이다. 아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최고의 축복이다.
아이를 엄마 품에 안겨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는다.
엄마를 온전히 믿는다.
우리가 살면서
이렇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경우가 얼마나 있는가.
내가 아이를 낳아 주었기에
그 아이도 나를 이렇게 믿어 주는 것이다.
그런 아이와 함께 사는데
힘든 것도 좀 감내해야지 하고
나는 마음먹었다.
손수건 하나를 사도 값을 치르는데
아이의 이런 사랑을 받으면서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엄마학교> p16
<엄마학교> 책에서 아이 기르는 대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맞다. 손수건 하나를 사도, 원피스 하나를 사더라도 값을 치르는데 무한한 아이의 사랑을 받으면서, 또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사랑을 경험하면서 대가를 치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육아가 힘들다고, 아이 낳고 내 인생을 희생한다고 툴툴대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눈만 마주쳐도 방긋 웃는 아이를 보며, 언제나 "사랑해" 라고 얘기해주는 아이를 보면 세상은 핑크빛이요, 나의 삶은 찬란하게 빛이 난다. 눈에 넣어도 안아플 내 아이와 함께하는 이 순간! 힘든것도 당연히 감내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겠다.
남 해코지하지 않는 한 아이가 즐기고자 하는 일,
다 누리게 하자. 그건 아이의 특권이다.
그런 특권을 누리는 아이가 사는 집에는 기쁨이 가득하다.
아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다 하게 해주는 게 좋다.
아이들은 많이 놀고 나면 해야 할 일에 집중도 잘한다.
한 달 동안 토끼 옷 만들면서 여유를 부렸던 아이는 만사가 여유로웠다. 한가로움을 즐기고 그 가운데 알맞게 움직이고 일했다.
<엄마학교> p23, p154
나는 엄격한 부모이다. 아이가 다치지 않는 것,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이것도 안되! 저것도 안되!
안되는 것 투성이였다. 첫째 아이는 눈치를 많이 본다. 본래 아이의 기질의 영향도 있겠지만, 내 책임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남 해코지하지 않는 한 아이가 즐기고자 하는 일, 다 누리게 해주자는 책의 이야기가 내 아픈 가슴을 콕 찌른다.
둘째아이를 낳고 편해문 선생님의 <위험이 아이를 키운다> 책을 만났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나의 허용범위 안에서, 또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아이가 즐기고자 하는 일은 다 누리게 해주고 싶다. 아이가 스스로 한계를 아는 것, 또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는 것! 부모로서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