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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노는양슨생 Apr 11. 2021

그걸 왜 몰라? 관심을 가지면 다 알게 되는 거지.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책으로 배우는 관심

 아이를 잘 놀아주고 싶은 마음에 들으러 갔던 놀이 부모교육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놀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노는 것' 이란다. 그리고 아이를 잘 관찰해서, 모방하고 칭찬해주라고 했다.

 '엥? 이게 무슨 같이 노는 법인가?'라고 의심했다가 한번 해보기로 결심했다.


 아이는 종이테이프를 길게 늘어뜨려 여기저기에 붙이고 있었다. 매번 재미있고 유익한 놀이법을 찾느라 검색왕이 되었는데, 이건 그냥 아이를 따라 하기만 하면 되니 식은 죽 먹기였다. 나도 똑같은 종이테이프를 들고 열심히 늘어뜨렸다. 그런데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벌써 종이테이프를 두 개나 다 쓴 것이었다.



 "이제 그만 해"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그래 재밌게 놀려고 왔는데, 그러지 말자'라고 내 마음을 간신히 붙잡고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같이 테이프 늘어뜨리기 놀이를 했다.


 한편으로는 '아.. 저 테이프 비싼 건데.. 이러다 여기 있는 테이프 다 쓰겠네..'라는 마음의 소리가 계속 들렸다. 준비된 종이테이프를 다 써갈 때쯤 아이는 다른 놀이를 시작했다. 그때 얼마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지.


내가 아이에게 화나는 순간을 떠올려보니 무언가를 그만 하라고 했을 때, 아이가 내 말을 안 듣고 계속 그 행동을 할 때였다.

 잠깐의 순간만 참으면 되는 거였는데...


 그날 내가 한 거라고는 아이를 졸졸 쫓아다니며 똑같이 따라 하고,

 "와 재밌다!" "정말 기발한 방법인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종이테이프를 늘이니 거미줄 같아! 너무 재밌다!"라고 칭찬한 것 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가 너무너무 재밌었다고 말해주더라.

 '잉? 놀아주는 게 이렇게 간단한 거였어? 그동안 내가 샀던 핫 아이템들보다 아이의 반응이 훨씬 낫잖아?'


 그날부터 나는 오감 놀이한다고 이것저것 사던걸 멈추고, 아이의 놀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보고 있자만 아이는 집에 있는 것들로 기발한 놀이를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아이를 따라 하기만 하면 되었다. 내가 주도한 놀이가 아닌, 아이가 선택하고 주도한 놀이 속에서 아이의 기질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더라.


 '아, 우리 아이는 말하면서 하는 놀이를 좋아하는구나'

 '아, 우리 아이는 내 기준보다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구나'

 '아, 우리 아이는 뭔가를 줍고 모으는 걸 좋아하는구나'




 나를 놀라게 만든 어느 할아버지의 한마디

"그걸 왜 몰라? 관심을 가지면 다 알게 되는 거지요."


어떤 존재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은 그것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과 같다. 나에게 중요하지 않으니까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무에 장난을 치는 사람들, 나무가 썩어 들어가도 그냥 방치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다가도, 할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기며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나 또한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소중한 존재는 없는지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p44



관심을 가지면 다 알게 되는 것들. 나무를 항상 바라보던 할아버지의 한마디가 내 가슴을 울렸다. 잘 놀아주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된 놀이 공부는 무언가를 새롭게 배웠다기보다는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아이들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니 많은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자연물을 사랑하는 두 아이는 열심히 주으면 즐거워한다. 이게 무슨 놀이인가 싶었지만, 주워온 자연물들로 역할놀이, 상상놀이를 시작한다. 관심을 가지니 아이들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들이 자연스레 보이더라.



 기질에 맞게 자리만 잘 잡아주면 나무는 큰 보살핌 없이도 제가 알아서 잘 자란다. 아이 역시 타고난 적성에 맞춰 방향만 잘 잡아주면 아기새가 둥지를 떠나 드넓은 하늘로 날아오르듯 자신의 인생을 알아서 잘 펼쳐 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잘 모르는 부모가 의외로 많다. 나무에 관심이 많다면서도 나무에 대해 너무 몰랐던 내 친구처럼 말이다. 앞으로는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알지요"라고 말하기 전에 아이에게 "요즘은 뭐가 제일 재미있어?"라고 묻는 부모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p102

 

 이 책은 아이 기르는 일과 나무 키우는 것이 다르지 않다고 얘기해준다.

 맞다. 나무 키우듯 아이도 타고난 기질에 맞게 자라게 내버려주면 된다. 그런데 자꾸만 부모가 가진 기준과 틀에 아이를 맞추려 한다. 남에게 뒤쳐질까 봐, 이 시기를 놓칠까 봐 두렵다는 불안감을 핑계 삼아.


 나도 내 아이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 자신도 잘 모르는데, 부모라서 내 아이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한 게 얼마나 우스운 생각이었는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요즘은 뭐가 제일 재밌어?"

 "그때 마음이 어땠어?"

 라고 물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도 자꾸 물어봐주고 귀 기울여줄 거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미선나무이다.

 사랑은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사랑을 하는 것'을 거쳐

 '사랑에 머무는 것'이란 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어쩌면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랑에 머무는 것이다.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p263



 아이가 태어난 순간 사랑에 빠졌다. 잠든 아이를 보면 천사를 이렇게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에 대한 사랑이 머물러야 할 순간들이 육아에 어려움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사랑에 머무는 게 더 어렵다는 책의 이야기는 참 위로가 된다. (나만 어려운 게 아녔구나..)

 책 속 미선나무를 보며 나의 가장 소중한 존재를 떠올린다. 그리고 정성껏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가지며 사랑에 머무르고 싶다.

출처 :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책 중 미선나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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