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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노는양슨생 Apr 11. 2021

가장 좋은 육아란?

<오은영의 화해> 책으로 배우는 허구의 독립성

 가장 좋은 육아가 무엇일까?

 답하기 참 어려운 질문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기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그런데 도무지 '잘 키우고' 싶다는 게 뭔지 모르겠다. 그래서 육아는 어렵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가장 좋은 육아'에 대해 알려주었다.


 삶의 모든 것들이 내가 해야 하는 책임으로 똘똘 뭉친 것 같았다. 육아도 마찬가지였다. 모유수유도 잘 해내고 싶었고, 이유식도 건강한 먹거리로 잘 만들어서 먹여야 했다.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해주기 위해 문화센터도 다녀야 했고, 새로 생긴 키즈카페에는 꼭 가야만 했다. 점점 좋은 육아와는 멀어졌다. '육아'라는 단어에 독박 육아, 고군분투, 버거운 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사용하는 나를 발견했다.



부모에게는 자비가 있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육아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편안한 육아예요.


육아 앞에서 너무 비장해지지 마세요.

괜찮아요.

그 정도로 하늘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 잘못되지 않습니다.

<화해> p230



 가장 좋은 육아는 아이와 부모 모두 편안한 육아라는 것. 왜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이리 오래 걸렸을까. 버겁고 힘든 육아는 당연히 하기 싫다. 가끔 너무 힘들어서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내 아이도 미워질 지경이다. 이유식을 배달시켜 먹으면 어떤가. 모유수유 안 하면 어떤가. 하루 종일 TV 보면 어떤가.

 그 정도로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에 다시 한번 용기가 난다. 아이와 나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것. 이 책을 통해 내가 배운 가장 좋은 육아법이다.




이 책을 읽는데 꼭 내 얘기 같아서 눈에 띄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허구의 독립성'.


 인간에게는 꼭 채워져야 하는 의존 욕구라는 것이 있습니다. 독립적이냐, 의존적이냐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예요.

 중요한 사람에게 조건 없이 가장 소중한 존재로 여겨지는 경험, 사랑이 필요할 때는 사랑을, 위로가 필요할 때는 위로를, 보호가 필요할 때는 보호를 받아야 하는 기본적이고 생존적인 욕구가 바로 의존 욕구입니다.

 그런데 이 의존 욕구를 채우지 못하고 어른스러워야 했던 아이들은 '허구의 독립성'을 갖게 됩니다. 실은 의존적인데 겉으로는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 허구의 독립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은, 인생의 모든 것이 일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삶의 모든 것이 다 내가 해내야 하는 책임들인 것만 같죠. 고통이 끝이 없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하지만 살아보면 매 순간이 그렇지는 않아요. 슬플 때도 있지만 기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지만 편안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로부터 보살핌이나 도움을 받은 경험이 없는 사람은 어떤 때는 사람조차 귀찮습니다. 목적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외출하는 것도 귀찮습니다. 업무가 늘어나는 것이니까요. 어떨 때는 사랑스러운 내 아이도 귀찮고 성가십니다. 육아가 힘들 수밖에 없어요.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이런 허구의 독립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은 어린 자녀에게 어른스럽게 행동할 것은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나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다 알아서 했는데, 아이는 왜 빠릿빠릿하고 야무지게 해내지 못하는 걸까 싶거든요.

<화해> p210


 허구의 독립성을 가진 사람들은 어린 자녀에게 어른스러운 행동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니.

이 문구를 보는데 가슴이 툭하고 내려앉았다. 내가 그러고 있었기에..

 야무지게 못해내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불편해졌다. 답답한 마음에 화가 나기도 했다.

 아이니깐 당연히 그런 건데도 '나는 안 그랬는데..'라는 마음이 불쑥 올라왔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욕구는 크지만, 부모로서의 내 삶은 즐겁지 않았다. 아이를 출산함과 동시에 내 인생을 희생한다고 생각했다. 육아는 내게 또 하나의 '일'이었다. 잘 해내고 싶은 하나의 과업이었다. 가끔은 '모성애가 부족한가?'라고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의존 욕구를 채우지 못했구나.. 허구의 독립성을 갖게 되었구나...'를 깨달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어린 시절 아이로 살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자식의 자리로 내려오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부모가 들어주든 아니든, 부모에게 힘들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부모의 부모가 되려는 행동은 이제 그만하세요.

 허구의 독립성을 가진 분들 중에는 마음 깊은 곳에 언젠가는 나를 인정해주겠지 하는 마음에, 미움이 크면서도 부모를 가장 가까이에서 챙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멀어지세요. 어린 시절 채우지 못한 의존 욕구는 배우자가 채워 줄 수도 있습니다.

 배우자는 너무나 소중하고 중요한 관계예요. 진지하게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정서적 보호와 위로를 받으면 많은 부분이 채워집니다.

<화해> p218


 내 아이가 나처럼 허구의 독립성을 가지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런데 책에서 나오는 해결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되고, 떼도 부리고, 챙김 받아도 된다니. 삶의 모든 것을 다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기까지 오래 걸렸다. 나의 부모님께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 자리를 내어드리는 것도 필요함을 느낀다.


 지금의 남편 덕분에 의존 욕구를 채울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나도 남편에게 사랑과 위로와 보호를 해줄 수 있는 든든한 존재가 되고 싶다. 허구의 독립성이 내 아이에게 대물림되지 않도록, 제2의 유년기인 지금 의존 욕구를 단단히 채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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