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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노는양슨생 Apr 11. 2021

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페인트> 책으로 배우는 '좋은 부모'에 대해

 정인이 사건으로 붉어진 입양에 대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부모가 입양할 아이를 선택한다.

반대로 아이들이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과연 우리 아이들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을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다. 그렇기에 책도 읽고, 무엇보다 아이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첫째 아이 임신 때, 남편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회사를 그만두었다. 나는 출산 후 바로 복직할 수밖에 없었다. 친정부모님이 첫째 아이를 돌봐주셨다. 직장에서 일하는 것도, 아이를 돌보는 것도, 부모님과의 관계도 모든 게 엉망이었다. 그 당시의 내게 누군가 "어디 아파 보여요.. 괜찮아요?"라고 묻기만 해도 눈물이 주르륵 났다. 그만큼 힘들었다.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에 더 힘들었다.

 

 '2억 빚지나 2억 3천 빚지나.. 똑같은걸..'

이라는 마음으로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남편의 새 사업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웠기에 아기를 낳자마자 일터로 돌아갔다. 그러나 점점 황폐해지는 내 마음을 지켜볼 수가 없어 휴직을 결정했다.



 전적으로 아기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육아는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출산만 힘든 줄 알았는데, 모유수유는 더 힘들었고, 육아는 더더더 힘들었다.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건가. 부모살이가 이렇게 힘든 것임을...)


 내가 전적으로 돌보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 때문에 나는 더 좋은 엄마가 되려고 애썼다. 내 방식은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해주자! 였다. 육아종합지원센터에 있는 교육 프로그램에 모두 신청했다. 매일 공원으로 나가 놀았다. 신기하고 재밌는 키즈 카페나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아이가 잠든 후에 나는 정보력으로 무장한 엄마가 되기 위해 밤새 검색했다.

 그게 좋은 부모라고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존재들 아니에요? 그들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잖아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건 그만큼 상대를 신뢰한다는 뜻 같아요.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기 약점을 감추고 치부를 드러내지 않죠. 그런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가 무너져요."

<페인트> p125



 맞다. 나도 부모의 역할이 처음이었다. 불안정하고 불안했다. 내 방식대로 잘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더라. 그러면서 나의 부모를 비난했다. 가난했기에, 무관심했기에, 삶이 힘들었기에 하나 있는 딸을 제대로 키워주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엄마 아빠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불안정하고 불안한 존재들인데, 왜 부모라서 꼭 완벽해야 하고,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을까?



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페인트> 책은 정말 재미있는 발상으로 시작된다!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13살부터 입양을 실시하는 기관이 나온다. 페인트라는 부모 면접을 통해 아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 미래에는 진짜 이런 기관이 생길지도!


그런데,

나도 내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을 고르고 싶었을까? 를 생각하며 읽어 내려갔다.


 어떤 부모를 선택하고 싶은가?


 나는 딴 건 다 필요 없고, 나를 믿어주고 전적으로 사랑해주는 따뜻한 부모를 선택하고 싶더라. 그리고 궁금했다.


 "오빠는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을 선택할 거야?"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은 현재 부모님을 다시 선택하고 싶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는 데 왈칵 눈물이 났다.


 "너는 싫어하지만, 나는 우리 부모님을 또 선택할 거야~"

라는 말에 불끈했지만.. 남편이 참 부럽더라.



 "우리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지금의 우리를 부모로 선택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사랑해주자!"라는 말에 다시 한번 뭉클해졌다.





 누군가를 알아 간다는 건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거야말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가장 필요한 것인지도 몰랐다.

<페인트> p163




     좋은 만남은 신의 선물이고,

     좋은 관계는 우리의 정성일 겁니다.


 자람패밀리 대표님께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쏙쏙 저장해 둔 말이다. 모든 관계에서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정성'이 꼭 필요하다.  어느 모임에 가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더 알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나와 결이 같거나, 호기심이 마구 생기는 사람들.

 그런데 사실 부모와 자녀, 그리고 남편 등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가족들과의 관계가 정성이 가장 필요한 관계는 아닐까.




부모는 네 마음대로 못 골라도

네가 어떤 가족을 이룰지는 선택할 수 있어.

사는 게 힘들면 이 책을 읽어 봐,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페인트> 책 중, 김민식 PD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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