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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노는양슨생 Apr 11. 2021

애둘맘이 언제 책을 읽냐구

이거라도 읽어야지! 최고의 친구를 선물하고 싶어

 첫째 임신했을 때 신도시에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 그리고 둘째 아이의 임신 때, 그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다. 생전 처음 사는 동네에서 나는 지독히 외로웠다.

 다행히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네 친구가 생겼다. 우린 동갑내기에 웃음 코드가 잘 맞고,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매일 만나서 놀았다. 그 친구의 둘째 출산과 나의 둘째 출산은 비슷한 시기였다. 신생아를 키우며 느끼는 외로움과 힘듦을 같이 나눌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직장에 복직하게 되었고, 그 친구는 셋째를 임신하게 되었다. 아들 셋 엄마의 위엄이란. 그러면서도 항상 집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내게는 신 같은 존재다.(친구는 스트레스받을 때 집 정리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단다.) 매일 수다 떨고, 커피 마시며 놀던 내가 책을 가까이한 시기는 긴 육아휴직 후 복직을 앞두고였다. 육아에 지친 내게 '나만의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앞으로 무엇을 향해 달려야 할지 몰랐기에 독서코칭을 신청하며 책 읽기에 몰입했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친구의 셋째가 태어났고, 매일같이 만나던 우리는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묻곤 했다.

 "야~ 세상에서 제일 바쁘게 사는 양지연이~" 라며 나를 놀리기도 하고, "책도 읽냐?"라며 비웃기도 했지만, 나의 푼수성을 좋아해 주는 내 친구의 말이 전혀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그저 같이 웃으며 책이 좋아진 나 자신에 스스로 놀랄 뿐이었다.


 어느 날 친구네 집에 놀러 가게 되었다. 귀염둥이 셋째 모습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더라. 아들 셋을 낳은 내 친구는 딸 둘을 키우는 나를 무척 부러워했다. 일하랴 애들 키우랴 수고가 많다고 내게 말해주었지만, 내 눈에는 혼자 아들 셋을 데리고 제주도로 2주 살이를 다녀온 내 친구가 더 대단해 보이더라.


 "야 내가 웃긴 얘기 해줄까?"

 "뭔데 뭔데?"


 "글쎄, 내가 너 인스타 피드 보고 감동받아서 책 좀 읽어볼까 하고 쿠X으로 책을 주문했단 말이지~"

 "와 대박! 잘했다 잘했어!"


 "야 끝까지 들어봐..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책에 손도 못 대겠더라. 애 셋 돌보며 무슨 책이냐. 그래서 반품했다 ㅋㅋ"

 "와 그래도 대단한데? 내 인스타를 보고 책이 읽고 싶어 졌어?"


 책 읽는다고 그렇게 놀리더니... 친구는 나에게 책이 좋은 건 알지만, 아이 셋을 돌보며 책 읽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SNS에 올려주는 책의 구절들만 찬찬히 읽어봐도 너무 도움이 된다는 거다.

 "야 내가 너 인스타 꼼꼼하게 볼 테니까, 이렇게 좋은 책 있으면 간간히 올려줘라~ 내가 잘 보고 있다는 거 꼭 기억해라~"

 친구의 말에 뭉클해진다. 누군가가 내 기록들을 보며 힘을 얻고 있다고 해주니 참 고맙더라.

 



 하루에 단 5분도 나 혼자의 시간이 없던 때가 있었다. 아이 둘을 키우면 당연히 그런 거라 생각했다. 항상 마음이 평온한 친구에게 이렇게 물었었다.


 "너는 어떻게 스트레스 풀어?"

 "음, 나는 책 읽으면 스트레스가 풀려."


 "응???"


 그때 나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바쁘고 힘들어 죽겠는데 그 와중에 책을 읽는 다고? 치맥도 아니고, 슬픈 영화보기도 아니고, 그저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그 친구 또한 육아맘으로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예민한 아들을 키우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책 읽으며 스트레스를 푼다니. 정말 이해가 안 되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목표를 열심히 달성하며 살았다. 명문고에 진학했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했다. 임용고시를 합격했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서울에 있는 한 학교에 발령이 난 후 결혼했고, 두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둘째 아이를 돌 무렵까지 키우고 나니, '나는 이제 무엇을 향해 열심히 살아야 할까?'라는 물음에 답을 찾지 못하겠더라.


 30대 중반이 되어서 '내 꿈은 뭐였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데,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친구의 권유로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1년에 한 권 읽을까 말까 했던 내가, 한주에 2~3권의 책을 읽어야만 했다. 두 아이를 돌보면서 말이다.

 몸에 밴 성실함을 토대로 죽기 살기로 책을 읽었다. 즐거워서 읽는 게 아니라, 비싼 돈 내고 신청한 독서코칭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루에 단 5분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어려웠던 나는 일찍 일어나기를 선택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독서코칭의 미션을 수행했다. 악착같이 책을 읽던 나는 어느 순간 "책 읽으면 스트레스가 풀려~"라는 친구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쉼이 필요할 때마다 책을 꺼내 읽는 나를 발견하였다.



책이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내 느낌을 적을 뿐이다.


나와 다른 관점의 사람들도

한 번쯤 읽으면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되는 작품들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우리는 누구나

책으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나를 깨우는 책 읽기 마음을 훔치는 글쓰기> p255


 책이란 누가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독서모임을 통해 똑같은 책을 읽더라도 개개인마다 마음에 드는 문구가 다름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좋다고 메모해둔 책 속 문구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책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나와 다른 관점의 사람들도 한 번쯤 책을 읽으면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어서이다. 무엇보다 나처럼 똥 싸는 시간 조차 아이와 함께 화장실에 들어가야 하는 육아맘들에게 최고의 친구를 선물해주고 싶다. 책은 때로는 내게 위안을, 기쁨을, 삶의 진리를 선물해주는 친구다.


 아들 셋 동네 친구의 말에 용기를 얻어 이렇게 나의 기록이 시작된다.

 그리고 푸념처럼 말했던 친구의 이야기가 떠올라 이 책의 제목을 장식하게 되었다.

 "야 애 셋 키우면서 내가 무슨 책이냐.. 팔자 좋게 책 읽을 시간은 없다. (내 SNS를 가리키며) 이거라도 읽어야지... 꽤나 도움된다?"


고맙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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