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와 장미의 상관관계

꾸까 ? 낄까?

by 램프아이


나는 꽃을 좋아한다. 꽃꽂이도 잘할 줄 모르면서, 꾸까 같은 꽃 구독 서비스도 오랜 기간 구독해봤고, 왕발이에게는 무슨 날이면 꽃을 선물하는 거라고 세뇌를 시키기도 했다.



우리 둘 사이 꽃에 얽힌 에피소드들은 참 많다. 나는 꽃을 좋아하긴 하는데, 처음에 왕발이가 내가 꽃을 좋아한다고 하니 선물한 꽃은 빨간 장미꽃만 들어있는 아주 요란한 포장지에 빤짝이가 뿌려진 꽃다발이었다. 차 안에서 약간 시들어 축 쳐진 검붉은 장미 위에 애처로운 빤짝이가 그냥 누가 잘못해서 옆에 있던 꽃다발에 흘린 것 같은 모양새였다. 심지어 그 꽃다발에 닿은 모든 것은 돌로 변하는...게 아니라 새천년 홀로그램 타이즈처럼 변하는 아주 악질 빤짝이었다.

이걸 받고 내가 '어떤' 꽃을 좋아한다는 것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선물을 줬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나란 년은 기꺼이 내가 좋아하는 꽃다발은 수수한 포장지에 둘러싸인 다양한 꽃이 믹스된 프렌치 스타일이라는 것을 납득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이왕 받는 거면 더 좋아하는 꽃다발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선물받은 발전된 형태의 꽃다발은 신문지에 싸인 수국이었다. 내가 포장지가 수수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어차피 화병에 꽃을 거 신문지가 낫겠다는 판단이었나 보다. 어쨌든 그 뒤로 왕발이의 꽃다발 초이스 능력은 나날이 발전하여, 급기야 나의 회사 동료나 친구들로부터 "남편 센스 좋다"라는 말을 들을 지경, 아니 경지가 되었다.


퇴근하고 돌아와 집에 도착한 구독 꽃다발 속 장미를 열심히 화병에 꽂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왕발이가 나보다 늦게 퇴근을 했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나는 집에 오자마자 방구를 뿡뿡 뀌어대고 있었다. 장 상태가 항상 별로인 나는, 하루 종일 나의 사회성을 위해 참은 방구를 멈출 줄을 몰랐던 것이다. 그날 따라 왠지 남편한테 미안해진 나는 "방구 많이 껴서 미안해"를 시전 했고, 남편은 이렇게 대답했다.


"장미 향기가 방구 냄새랑 원래 비슷하데."



"음 아마도 방향족이 비슷한가 보군. 아 그래서 가끔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로즈향 함유 된 향수나 방향제를 사면 방구 냄새가 났던 거구만!"

"그치? 나도 그 장미 향수에서 방구냄새 느껴본 적 있어."

"앞으로 로즈향으로 된 거 살 때마다 방구 냄새 날 것 같아"


그땐 왕발이에게 말은 못 했지만 그날 인스타에 TMI 주의라며, 이 이야기를 써 놓곤 남편 고마워.라고 적었다. 아니, 좀 더 디테일한 감사를 표하자면, 괄약근도 조절 못하는 아내 편 들어줘서 고맙구먼...

가끔 이렇게 생각하지도 못한 답변으로 날 놀라게하는 왕발이는 가끔 정말 어린아이의 상상력을 가졌다. 그렇게 내게 글감을 가져다줘서 한번 더 고맙구먼...


앞으로도 꽃다발은 종종 부탁할게, 그리고 방구에 대한 아량은 언제나 부탁 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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