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하여 랜딩러닝
새로운 습관이 생기려면 21일이 걸린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거기에 일주일을 더한 한 달을 꼬박 달렸으니 이 정도면 내 습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침 달리기를 더 좋아했는데, 어느새 늦은 저녁에 달리는 걸 선호하게 됐다. 이별 노래를 배경음악 삼아 눈물바람으로 달리기엔 밝은 아침 태양은 그 감성과 맞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일을 마치고 바로 공원에 들러 달리거나, 호텔 내 헬스장에 가서 달렸다. 이름하여 랜딩러닝.
착륙(landing) 후 마시는 맥주(beer)라는 뜻의 랜딩비어라는 표현이 있다. 그 랜딩비어의 위력을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보고 듣기론 그 어느 마약보다 중독적이라고. 하루의 모든 고뇌와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는 이유로 한 번 그 맛을 알고 나면 포기할 수 없는 거라고 했다. 근무시간이 16시간이 넘어가는 날에도 랜딩비어를 외치며 호텔을 나서는 동료들을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대신 나는 랜딩러닝의 늪에 발을 담갔다. 예상치 못한 방법이었지만, 이 랜딩러닝은 이별을 겪은 사람이 겪는 분노나 우울함 같은 극단적인 감정으로부터 내 몸과 마음을 보호해주고 있었다.
퇴근 후 집에서 가만히 쉬는 게 어려웠다. 집에 도착해 잠들기 직전까지 뭘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애매했다. 애매한 그 시간이 고통스러웠다. 가만히 슬픔 속에 있기엔 함께 사는 가족들이 날 내버려 두지 않았고,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엔 나는 아직 괜찮지 않은 상태였다. 가족들이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아 미안했다. 미안함은 빨리 괜찮아져야 한다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면 씻고 바로 잠자리에 누울 시간이 되도록 공원에서 열심히 달리다 들어갔다. 그들 앞에서 예고 없이 눈물이 나오지 않도록 공원에서 열심히 울었다.
우리 몸은 얼마나 정직한지, 그 어떤 슬픔도, 눈물도, 밀려오는 잠 앞에선 버티지 못한다. 헤어진 직후 며칠은 아무리 피곤해도 잠이 안 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지난 시간 나눴던 카톡과 문자들을 무한 반복하며 읽었다. 하지만 평균 심박수 170으로 40분 달린 후 샤워를 한다? 무조건 꿀잠예약. 전남친 생각에 울컥, 눈물이 핑 고이려다가도 잠시후면 꿈나라 입장이다.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한 공기가 남아있지만, 쌀쌀한 날은 줄어들고 포근한 날은 늘어나고 있다.
날 따뜻해지면 달리기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