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 서부를 왔다갔다 하다 보니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와 미주를 오가다 보니
시차가 뒤죽박죽
깨어 있어야 할 시간에 잠이 쏟아지고
잠들어야 할 시간에 정신이 말똥하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자기 시작하니
집에서 어찌나 잠이 잘 오던지
가끔씩 잠이 오지 않는 날은
남편이 등을 한참 토닥여주며
잠이 솔솔 오는 철학과 신학 이야기를 해 준다
마법처럼 스르륵 잠이 오는 걸 막지 못한다
비행하느라 집 떠나 있으면
나보다 남편이 더 못 잔다
왜 못 자냐고, 눈을 감고 자라고 타박 하니
옆에 아내가 없으면
원래 남편은 잠이 잘 안 오는 거라 한다
괜히 나 듣기 좋은 소리 하나 싶었는데
1년 가까이 된 지금,
출근하며 제일 걱정되는 건
내 비행과 동시에 시작 되는 남편의 불면증
침대 넓게 쓰라고 아무리 말해도
한쪽에 붙어 인형 끌어안고 잠을 청하는 남편이
참 짠하고 어이없고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