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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동참제도

by 초이

결혼을 하고 시간이 좀 지나 보니

각자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잘하거나, 유독 힘들어하는 영역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설거지와 청소는 남편이 더 부지런히

가계부 정리나 경조사 챙기기는

내가 더 부지런히 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의 협동심을 강화하고

‘왜 나만 해?’라는 마음으로부터 자유하기 위해

부부 동참제도가 도입됐다.


제도라는 단어가 괜히 거창하게 들리지만,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함께하자는 둘만의 약속이었다.


그 이후로는

내가 누군가의 선물을 고민하고 있으면

남편이 한 마디씩 거들고, 카드를 같이 써준다.


남편이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나는 이불정리와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그리고 이 동참제도는

둘이 함께 하는 가사에만 적용되지 않고

철저히 각자의 영역이라 여겨지는

일터에서도 빛을 발한다.


남편은 내가 일하러 가는 날이 되면

가방을 같이 싸주고

도시락을 만들어주고

간식이 떨어지지 않게 챙겨줌으로써

나의 비행에도 동참해 준다.


그리고 동참제도의 진짜 의미를 알고 있는 남편은

본인이 집안일을 시작하기 전 꼭 이렇게 말한다.


“나 지금 설거지할 건데

그대로 누워서 뒹굴뒹굴해도 돼

누워서 응원만 해줘도 동참이야 “


오늘도 난 남편을 보며 생각한다.

사랑에는 ’희생해서 억울하다 ‘라는 마음보단

‘내가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라는 마음이 먼저인가 보다.


나도 남편 닮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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