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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사람은 앞일을 모른다

by 김세중

요즘 한창 주목받고 있는 챗GPT에 물어보았다. 지구상에서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나라가 어떤 나라들이냐고. 그랬더니 챗GPT가 정색하고 답했다. 지진이 안 일어나는 나라는 없다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전혀 지진을 겪지 않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었다. 우문이었다. 무식하니 어리석은 질문을 한다.


다만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나라를 대보라니 주르륵 답을 내놓았다. 일본을 처음으로 꼽았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튀르키예, 이란, 멕시코, 미국 등등을 열거했다. 어디 이들 나라뿐이랴. 몇 해 전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일어난 대지진을 기억한다. 페루, 칠레, 과테말라 등도 큰 지진을 겪었고 가까이 중국도 크고 작은 지진이 빈번하다. 쓰촨대지진을 비롯해서.


역사상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초래한 지진은 무엇이었나. 시대를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 모르니 답을 내놓기가 쉽지 않겠으나 1976년 7월 28일 중국에서 발생한 탕산대지진을 기억할 만하다. 이때 수십 만 명이 죽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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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중국이라 하지 않고 중공이라 했다. 어떤 보도는 그때 100만 명이 죽었다고 했다. 탕산시는 흔적 없는 도시가 됐다는 것이다.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지만 唐山에 대지진이 있었다는 건 뚜렷하게 기억한다. 그땐 아직 냉전 중이라 일본이 구호 지원을 하겠다니 중국이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당장 사람이 죽어 나가도 인도적 도움을 마다했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가 뭔지...


한국은 벌써 군과 소방청이 군수송기를 이용해 구호대를 파견했다. 일부 매몰자를 구출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삼성, 현대, SK, LG 등 대기업에서도 지원금과 장비, 물자를 보냈다. 크고 작은 단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갖고 있는 물품을 모아서 보내는 일에 열심이다. 십시일반이라 했다. 온정이 담긴 물품이 모이고 쌓이면 졸지에 불행을 맞은 이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탕산, 쓰촨, 고베 등지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지금 튀르키예, 시리아 사람들이 훗날 자기들에게 엄청난 재앙이 닥치리라 과연 예상했을까. 못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지금 어디선가 튀르키예, 시리아를 딱하게 여길 이들에게 언젠가 무참한 재해가 발생할 것이다. 그게 우리가 아니라고 어찌 장담할까. 사람은 앞일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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