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와 이웃나라들
이번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으로 사망자만 2만 명이 넘는다니 그 참상은 말로 도저히 표현 안 될 정도일 것이다. 아마겟돈이란 말이 왜 나오겠나. 정말이지 신은 왜 이런 시련을 인간에게 주나. 뭘로 설명이 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런 가운데 북키프로스의 배구선수들이 호텔이 붕괴하면서 몰사했다는 소식은 특히 애처롭다. 운동선수면 가장 생기발랄한 젊은이들인데 어찌 이런 불행이 닥치나. 북키프로스는 그 자체로 이미 불행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북키프로스는 정부도 있고 의회도 있고 영토도 있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북키프로스를 인정하는 나라는 오직 튀르키예뿐이란다. 북키프로스는 주민들이 대부분 튀르키예계다 보니 운동선수들도 전지 훈련하러 튀르키예에 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만 지진을 만나서...
키프로스는 지중해의 섬 나라이다. 그곳에 역사적 유물이 많다. 이스라엘, 레바논, 시리아, 튀르키예와 가깝고 그리스에서도 물론 멀지 않다. 키프로스는 유럽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지리적으로는 아시아에 인접해 있다. 키프로스가 그리스와 튀르키예의 오랜 분쟁의 현장이다. 그리스계 주민이 다수지만 북쪽은 튀르키예가 많이 사니 결국은 분단이 되고 말았다. 수도 니코시아의 한가운데에 국경이 있어서 통행에 제한을 받는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게 비교적 쉬우나 주민들은 왕래가 어려운 모양이다.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민족이 다르고 말이 다르고 문자가 다르다.
튀르키예는 그리스와 키프로스를 두고 분쟁을 이어 왔지만 이웃 이란과도 관계가 좋지 않았다. 때론 적대적이고 때론 협력도 하면서 지내왔다. 튀르키예는 또한 북동쪽의 아르메니아와도 쓰라린 과거를 갖고 있단다. 오스만제국 시대에 제국이 아르메니아 국민을 대량 살상한 일이 있기에 튀르키예와 아르메니아는 지금도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데 이번에 튀르키예에 엄청난 재앙이 닥치니 아르메니아에서 구호품을 보내주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과거는 과거고 이웃이 고통을 당하니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아르메니아 국민들이 훌륭하다.
이번 대참화를 계기로 튀르키예가 지진에 대한 대비와 점검을 바닥부터 새로 하길 바란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 짓는 건물이라도 철저하게 기준에 맞게 지어야 한다. 그리고 지진은 예측할 수 없을까. 몇 시간만 전에 알아도 집을 나와 대피소로 달려갈 수 있을텐데... 아니 몇 시간이 아니라 몇 분만 미리 알아도... 지진대피소라도 곳곳에 지어야 한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