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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pr 17. 2023

kindergarden

언어 질서는 존중돼야

아침 출근길에 천변을 따라 걷는다. 집 근처에 전철역이 있지만 일부러 더 먼 곳에 있는 역까지 걸어간다. 걷기 위해서다. 가다 보면 반려견과 함께 걷는 이들도 보이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러 가는 부모도 만나게 된다. 


어린이집이 특히 내 시선을 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엄마나 아빠가 어린이집으로 가는 모습은 언제나 정겹다. 어린이집 문 앞에 이르면 아이가 발 뒤꿈치를 들어서 손을 뻗어 벨을 누르면 잠시 뒤 문이 열리고 안에서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를 반갑게 맞이한다. 아이가 데려다준 부모와 빠이빠이 손 흔들며 인사하는 경우도 봤고 그냥 쑥 들어가는 경우도 보았다.


오늘도 한 아빠가 딸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주러 가고 있었다. 그런데 내 시선이 어린이집 간판에 미쳤다. 전엔 눈에 띄지 않던 글자가 확 들어왔다. Kindergarden이었다. '엥? 이건 뭐지?' 싶었다. 내 머릿속에 유치원의 영어는 kindergarten인데 kindergarden이니 어리둥절했다.


사무실에 들어와 인터넷 사전을 뒤져 보았다. 영어 사전 어디에도 kindergarden은 없었다. kindergarten뿐이었다. Kindergarten은 원래 독일어다. Kinder는 '아이들'이란 뜻이고 Garten은 그야말로 garden이란 뜻이다. Kinderarten이 영어에 들어와 영어 단어로 쓰인다. 영어에 들어온 외래어다. piano, umbrella가 이탈리아어에서 왔고 kimchi가 한국어에서 왔듯이 kindergarten은 독일어에서 왔다. 어쨌든 스펠링은 kindergarten이지 kindergarden이 아니다.


어린이집 간판을 처음 달 때 실수로 그렇게 쓴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kindergarten이 아니라 kindergarden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그렇게 쓴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처음에 실수로 그렇게 썼고 나중에 누가 지적해 주어 kindergarten이 맞다는 걸 알게 됐지만 kindergarden도 그럴 듯해 보여 그냥 내버려두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소를 금치 못하는 것은 인터넷 묻고 답하기에 누가 kindergarten이 맞는지 kindergarden이 맞는지 물었는데 어떤 사람이 답하기를 둘 다 사용한다영어화해서 kindergarden으로도 사용한다고 한 것이다. 아니다. 한국에서만 kindergarden이라 하지 영어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kindergarten일 뿐이다. 우리나라 유치원계에서는 kindergarden이 꽤 퍼져 있구나 싶었다.


모르겠다. 한국에서 시작한 kindergarden이 영어 종주국인 영국, 미국 등지에까지 상륙해서 kindergarten의 철자가 그렇게 바뀔지 말이다. 그러나 그건 섣부른 생각일 것이다. 요즘 유아들도 영어를 꽤 잘하는 애들이 많다고 하는데 원생 누군가가 어린이집 간판 스펠링이 잘못됐다고 지적할지 모르겠다. 그럴 때 뭐라 답할까. 언어의 질서는 존중해야 한다. 맘대로 휘저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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