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 '발문하다', '좌석한다'가 무슨 말인가?
형사소송법에는 간혹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단어가 쓰이고 있다. 제120조제1항에 나오는 '건정', 제174조제2항에 있는 '발문할', 제275조제3항에 나오는 '좌석한다'가 그러하다.
'건정'이 무슨 뜻일까. 우리나라에 3만 명 가까운 변호사가 활동한다는데 그 중에 '건정'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문맥상 대충 짐작은 하리라 믿지만 건정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스럽다. 왜냐하면 '건정'은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건은 열쇠 건(鍵)이고 정은 쇳덩이 정(鋌)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건정'은 사전에 없다. 사전에 없는데도 용케 지난 70년 가까이 이 말을 써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시건장치'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도 있고 실제로 많이 쓰이는 말이므로 '시건장치'라는 말로 바꾸어 썼다면 어땠을까 싶다. 뜻이 다르지 않다면 말이다.
제174조에 나오는 '발문하다'도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사전에는 '발문'도 없다. 다만 '발문권(發問權)'이란 말이 있을 뿐이고 '발문권'은 '법원이 사건의 진상을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법률적ㆍ사실적인 사항에 대하여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입증을 촉구하는 권한'이라 뜻풀이되어 있다. '질문하다'라고 해도 입법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다면 '발문하다' 대신 '질문하다'를 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제225조에 나오는 '좌석하다'는 문맥상 뜻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좌석하다'라는 말은 국어에서 쓰이지 않는 말이다. 당연히 국어사전에도 없다. 굳이 이런 사전에도 없는 말을 써야 하나? 그냥 '앉는다'고 하면 입법취지가 훼손되나.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지키려면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법에 낯선 말이 들어 있으니 법을 알기 어렵다. 법은 좀 더 친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