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총선이다. 정치인들은 금배지를 위해 공천 전쟁을 벌이고 있고 총력전을 펼칠 본선을 앞두고 있다. 헌법상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 국회의원들이 입법권을 쥐고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로 1,600개가 넘는 법률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헌법과 민법, 형법, 상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을 6법이라 한다. 많은 사람들이 6법전서란 말을 들어 보았을 텐데 이 6법이 엉망이다.
헌법은 1948년에 제정됐고 형법은 1953년, 형사소송법은 1954년, 민법은 1958년, 민사소송법은 1960년, 상법은 1962년에 제정됐다. 이들이 이른바 기본법인데 대부분 1950년대와 1960년대초에 제정되어 낡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본 법을 베끼다시피 했을 뿐 아니라 일본어 어투가 배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1950년대에 이들 법률을 제정한 당시의 법률가들은 대개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법을 공부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일본어에 능했고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했다. 잘 못했을 뿐 아니라 중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문법의 오류가 부지기수고 심지어 오자마저 있다.
정작 놀라운 것은 법 제정 당시의 그런 오류가 지난 60~7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전혀 고쳐지지 않고 지금도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민법 제195조의 '타인의 지시를 받어', 형법 제269조, 제270조의 '승낙을 받어'가 그런 예다. 민법 제2조 제1항의 '신의에 좇아'는 일본 민법의 '信義に従い'를 아무 생각 없이 번역한, 국어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인데 지금도 그대로다. 이런 예 말고도 문장이 말이 안 되고 사용된 단어가 국어가 아닌 조문이 너무나 많다.)
필자는 이런 한심하고 놀라운 현실을 고발한 책 <민법의 비문>을 2년 전인 지난 2022년 3월 펴낸 바 있다. 민법의 언어적 오류만을 모아서 대안을 제시해 보인 책이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세상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일부 신문에서 다루기도 했지만 세상은 그저 남의 일인 양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뭉갰다. 필자는 도저히 가만 있을 수 없었다. 민법뿐 아니라 형법, 상법, 형사소송법까지 범위를 넓혀 이들 기본법의 숱한 언어적 오류를 샅샅이 밝힌 책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를 이번에 낸다. 국가의 기틀이라 할 기본법의 이런 부끄럽기 그지없는 오류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아마 법조계, 법학계에서는 그래도 이런 법으로 이제까지 아무 문제 없이 살아오지 않았느냐며 냉소하며 시큰둥해할지 모른다. 입법권을 가지고 있어서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국회도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며 못마땅해할지 모르겠다. 엉터리 문장이 수도 없이 많은 대한민국의 기본법이지만 그런 법을 60~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냥 그대로 써 왔는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세상, 특히 법조계의 냉소를 각오하고 있다. 왜 평지풍파를 일으키느냐며 무시와 냉소로 대할 이들이 번히 떠오른다. 이런 엉터리 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온 법학자들의 못마땅해할 시선을 충분히 예상한다. 당신이 법을 얼마나 안다고 감히 문제를 삼느냐며 무시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무슨 일에 그리 바쁜지 이런 엉터리 법을 고칠 생각 않고 지내온 입법권자인 국회의원들은 또 무슨 반응을 보일까.
나는 세상과 부딪치기로 했다. 거친 광야로 나간다.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가 세상에 파문을 일으켜서 이 나라 기본법이 바로 세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제22대 국회에서는 대한민국의 기본법이 반듯하게 새로 탄생하기를 강력히 열망한다. 엉터리 법조문 때문에 고통 받고 신음하는 법학도들이 너무나 많다. 어디 법학도뿐이겠는가. 국민의 권리가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법은 법조인만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