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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조용히 치르고 싶다

by 김세중

딸의 결혼식이 4주 앞으로 다가왔다.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알리는 일이 문제인데 어디까지 알릴까가 과제다. 엊그제 한 고1 반창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네 딸이 결혼하는 거 알고 있는데 왜 아직 청첩장을 돌리지 않느냐'고 했다. 여차 저차 해서 조용히 치르고 싶고 그래서 고등학교 동기회 밴드나 단톡방에는 알리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가 강력하게 태클을 걸었다. 마치 자기가 나의 형이나 삼촌쯤 된 것처럼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기까지 했다.


내 아이 결혼식은 내 뜻대로 치른다. 그가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 내가 동창들 경조사를 거른 적이 많아서 널리 알리기가 부담스럽고 그래서 전체 알림에는 알리지 않고 가까운 몇 사람에게만 알리겠다고 하니 그는 반론을 폈다. 그렇기는 하지만 만일 전체 알림을 하지 않을 경우 소식을 듣지 못한 사람 중에서 섭섭해할 사람이 있을 거니까 잘 생각하라고 했다.


왜 그가 이렇게 열성적으로 나서는지 모르겠다. 사람은 각자 자기 개성대로 산다. 똑같을 수 없다. 관심을 가져주는 건 고맙지만 그게 지나쳐 강권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한 친한 친구가 주변 몇 사람에게 얘기하는 바람에 조용히 치르려고 했던 내 의도는 이미 상당히 이그러졌다. 그렇다 해도 지금이라도 최대한 수습해 꼭 알릴 사람에게만 알리고 싶다.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지 않다. 참석하는 사람이 적을수록 혼례식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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