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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친구의 격려에 울컥했다

내 뜻을 오롯이 알아주는 지기가 있다

by 김세중

지기(知己)라는 말을 좋아한다. 친구가 담지 못하는 뜻을 담고 있다. 주변에 많고 많은 친구가 있어도 다 같은 친구가 아니다. 시끄럽게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그저 공허한 이야기뿐인 친구가 있는가 하면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 후자가 지기다.


내게 그런 지기가 있는데 고3 때 반창이다. 47년 전 처음 만났다. 그와 단둘이 하는 밴드가 있는데 거기에 내 각오를 털어놓았다.


"최근에 나는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를 펴냈는데 엉망진창인 대한민국 기본법을 현대화하는 일은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의지를 가져야 실현할 수 있지 의원 한두 명이 나선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바로잡아야 할 오류가 어마어마한 분량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시작됐고 앞으로 몇 년 걸릴 거다."라고 그에게 말했던 것이다.


그랬더니 그가 그 밴드 글에 다음과 같이 댓글을 달았다.


60년이 넘게 쌓여 온 정신적이고 언어적 쓰레기를 몇 년에 다 치우겠다고? 쉽지 않을거야. 그들은 아직 쓰레기를 쓰레기라 보지도 인식하지도 못한다. 첫걸음도 못 뗀 게 아닌가 싶다. 국어학자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이다. 000는 그 쓰레기 더미에 숨어서 아니 그 쓰레기 더미를 성벽 삼아 학문적 기득권을 누려온 자일 뿐이다. 넌 무지막지 어마어마한 일을 시작했다. 호흡을 더 길게 가져가도 된다.


이보다 더 어떻게 내 생각을 콕 집어 읽어내고 공감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친구가 지기가 아니면 누가 지기란 말인가. 그의 격려와 지지에 용기백배한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나는 외롭지 않다.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몇 년은 걸릴 것이다.


https://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3/14/20240314901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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