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뜻을 오롯이 알아주는 지기가 있다
지기(知己)라는 말을 좋아한다. 친구가 담지 못하는 뜻을 담고 있다. 주변에 많고 많은 친구가 있어도 다 같은 친구가 아니다. 시끄럽게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그저 공허한 이야기뿐인 친구가 있는가 하면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 후자가 지기다.
내게 그런 지기가 있는데 고3 때 반창이다. 47년 전 처음 만났다. 그와 단둘이 하는 밴드가 있는데 거기에 내 각오를 털어놓았다.
"최근에 나는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를 펴냈는데 엉망진창인 대한민국 기본법을 현대화하는 일은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의지를 가져야 실현할 수 있지 의원 한두 명이 나선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바로잡아야 할 오류가 어마어마한 분량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시작됐고 앞으로 몇 년 걸릴 거다."라고 그에게 말했던 것이다.
그랬더니 그가 그 밴드 글에 다음과 같이 댓글을 달았다.
이보다 더 어떻게 내 생각을 콕 집어 읽어내고 공감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친구가 지기가 아니면 누가 지기란 말인가. 그의 격려와 지지에 용기백배한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나는 외롭지 않다.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몇 년은 걸릴 것이다.
https://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3/14/202403149011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