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할 때가 되지 않았나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이라는 법이 있다. 약칭 국제뇌물방지법인데 1998년에 제정되었다. 1997년에 우리나라가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제공행위를 범죄화하는 OECD 뇌물방지협약에 서명함에 따라 OECD의 권고로 이 법이 제정되었다. 그런데 1998년에 제정된 법 치고는 법조문의 표현이 너무 낡았다. 이 법의 제3조 제2항을 보자.
이 제2항은 2018년 12월 18일에 이 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이다. 비교적 최근에 새로 들어간 조항인데 사용된 말은 다분히 옛날투다. '공하다'의 '공'은 供(이바지할 공)인데 이 '공(供)하다'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국어 단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본어이다. 이런 일본 식민지 시절 냄새가 물씬 나는 단어가 2018년에 신설된 조항에 쓰였다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이 '공(供)하다'는 1950년대에 제정된 민법, 형법, 형사소송법에 아직도 쓰이고 있는 말이다. 1950년대에 민법, 형법, 형사소송법을 제정할 때 일본 법을 참고하여 법을 만들면서 들어간 말이 2018년에 신설된, 다른 법의 법조문에 들어가 있다. 어찌 놀랍지 않은가.
같은 항에 나오는 '그 정을 알면서'의 '정(情)'도 다르지 않다. 습관적으로 법률 조문에 쓰여 온 말이다. '뜻'이라고 하면 된다. '의도'나 '의사'라고 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은 일제 식민 통치로부터 벗어난 지 80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법조문에는 여전히 일본 식민 잔재가 남아 있다.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