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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y 29. 2024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

서울에 깊은 산중이 있다

북악스카이웨이는 1968년에 개통되었다 한다. 그해 1월 21일 김신조를 포함한 31명의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휴전선을 넘어 서울까지 들어왔다. 청와대 바로 뒤까지 접근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대부분 사살되고 김신조는 생포되었고 한둘은 용케 북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 일이 있고 나서 군사용과 관광용을 겸해서 북악산에 도로가 났고 이를 북악스카이웨이라 부른다.


그런데 자동차는 그때 이미 북악산을 넘어 다닐 수 있었지만 보행자들은 그러지 못했다. 2003년에 서울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알란 팀블릭 씨가 북악스카이웨이 나란히 보행자 산책로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를 성북구청이 받아들여 산책로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그런 사연을 기록한 기념 표석이 산책로 초입에 세워져 있다.


한성대입구역 부근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언덕길을 걷다 보면 왼쪽으로 동구여중이 있고 성북공원을 지나 하늘한마당에 이른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북악산 산책로가 시작된다. 다모정에 이르면 운동시설이 제법 있고 화장실도 있다. 얼마 더 가면 하늘마루에 이르는데 이곳에서 호경암 쪽으로 갈 수도 있고 북악팔각정으로 갈 수도 있다.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에서 단연 백미는 북악팔각정일 것이다. 얼마 전 주차장 공사를 크게 했는데 어제 가보니 깔끔하게 단장돼 있었다. 지하 주차 시설이 꽤 넓다. 계단을 올라 2층에 오르면 레스토랑 겸 카페가 있다. 이곳에서 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북쪽으로는 북한산이, 남쪽으로는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신선이 된 기분이다. 


북악스카이웨이가 정점이고 그 다음부터는 계속 내리막이다. 도중에 한양도성 올라가는 길이 두어 군데 있다. 곡장이 그리 멀지 않은 것이다. 북악산에 올랐다가 계단길을 걸어 창의문으로 갈 수도 있지만 무릎에 부담이 갈 것 같아 계속 산책로를 걸어서 창의문에 이르렀다. 도중에 부암동 산속마을을 지나며 서울에 이런 곳도 있다니 하고 놀라게 된다. 고즈넉하다. 


창의문에 이르러 버스를 타고 속세로 돌아왔다. 북악스카이웨이는 도중 곳곳에 산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정릉 쪽으로 가는 길도 여럿이고 성북동, 삼청동으로 가는 길도 여럿이다. 백사실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는가 하면 평창동, 부암동으로 가는 길도 있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깊은 산중이 있다니 여간 다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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