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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방해하는 것

by 김세중

지난 2월 울산에서 40대 남자가 어머니를 칼로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이 처벌될까봐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자기를 찔러 죽이려 한 아들을 보호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40대 아들은 잡혔고 법원은 그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일과 관련한 기사가 오늘 한 조간신문에 실렸다. 기사는 나쁜 짓을 한 자식을 보호하려 한 동서고금의 어머니들 사례를 들었다. 그리고 당장은 가슴 아프더라도 잘못을 저지른 자식이 합당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성숙한 자식 사랑이라고 했다. 공감한다.


그런데 한 대목에서 필자는 갑자기 혼란을 느꼈다. 로마 황제 네로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였다. 네로의 어머니 아그리피나는 네로를 낳은 후 황제 클라우디우스와 재혼했다 한다. 그러니 네로는 황제 클라우디우스의 친자가 아니고 의붓아들이다. 당연히 아그리피나는 네로가 황제 자리를 물려받지 못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을 기사는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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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클라우디우스가 친자식 아닌 네로에게 황위를 물려주지 않을까 불안했다라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몇 번을 읽었다. 하지만 의문이 잘 풀리지 않았다. 아그리피나는 왜 불안했단 말인가. 남편이 네로에게 황위를 물려줄까봐 불안했다는 건가. 남편이 네로에게 황위를 물려주지 않을까봐 불안했다는 건가. 요컨대 그녀는 클라우디우스가 친자식 아닌 네로에게 황위를 물려주지 않을까 불안했다는 무슨 뜻인가 싶어 자꾸만 되풀이해서 읽게 만든다. 나만 그런가. 다른 사람들은 척 하고 무슨 뜻인지 이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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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편리하고 쉬운 한국어를 꿈꿉니다.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2024), '민법의 비문'(2022), '품격 있는 글쓰기'(2017)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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