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가족 대만 여행, 제3일

2025년 12월 18일(목)

by 김세중

아침에 또 산책을 나섰다. 전날보다는 훨씬 빠른 시간이다. Q스퀘어몰에 있는 버스터미널을 찬찬히 살펴보러 갔다. 묵고 있는 君品飯店의 반대편 끝에 있다. 1층에는 매표소가 있을 뿐이고 탑승하는 곳은 2, 3, 4층에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보았다. 마치 공항처럼 몇 시 몇 분에 어느 곳으로 가는 버스가 떠난다고 중국어와 영어로 번갈아서 방송을 하고 있었다. 각 층은 비교적 좁은 편이었다. 아마 대만 사람이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와본다면 깜짝 놀랄 것 같다. 노선이 하도 많아서 말이다. 더구나 호남 방향 노선은 아예 따로 있지 않는가. 대만이 면적도 남한의 1/3 정도지만 동쪽은 산악이고 도시는 주로 서쪽에 밀집해 있기에 노선도 그리 복잡하지 않을 것이다.


버스터미널 쪽을 웬만큼 둘러보았기에 타이베이역 지하로 옮겨갔다. 역시 넓다는 걸 절감했다. 그리고 안내 표지가 부실함도 새삼 느꼈다. 어디로 나가야 어느 방향으로 나가는지 좀체 알 수 없었다. 남쪽 한 출구로 나왔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거리에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았다.



먼저 타이베이역 남쪽에 우뚝 솟은 높은 건물을 향해 다가갔다. 전날 밤에 갔던 신광미츠코시백화점도 바로 이 높은 건물의 북쪽 저층부에 있었다. 직접 가서 보니 그 높은 건물은 보험회사 건물로 신광인수마천대루였다. 이때의 인수는 人壽로 생명보험을 뜻한다. 마천대루답게 지상 51층이나 되는 높은 건물이었다. 1993년 건립 당시에는 대만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지만 지금은 순위가 뒤로 많이 밀려났다.


국립대만박물관 쪽을 향해 걸었다. 박물관은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개관이 9시반부터라 그저 겉만 보고 돌아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박물관 맞은편에 마치 그리스나 로마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건물이 서 있었다. 1933년에 일제가 건립한 것으로 은행 건물로 지었는데 일본이 물러간 후 대만의 土地銀行의 본점으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단다.


아침에 워낙 일찍 나왔기에 여유 있게 역 부근을 둘러보았다. 타이베이역 남서쪽 끝에는 다행히 보행자 횡단보도가 있었다. 그걸 지나서 다시 역 지하로 내려갔다. 천천히 동쪽으로 이동했다. 곳곳에 타오위안공항 가는 MRT 타는 곳이라는 표시가 있어서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첫날 공항에서 타이베이역 들어올 때 내렸던 곳이었다. 한참을 걸어야 했는데 가보니 인타운체크인 코너가 있었다. 인타운체크인은 짐을 미리 시내에서 부치는 것을 말한다. 그럼 홀가분한 상태로 지내다가 공항으로 갈 수 있다. 인타운체크인은 타이베이버스터미널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에 있었다. 대충 위치를 파악하고 지상으로 나왔다. 호텔로 돌아와 식당에서 가족과 아침식사를 했다.


오전에는 2층버스로 관광을 하고 오후에는 택시를 대절해 예류, 스펀, 지우펀을 보기로 계획을 짜두었다. 9시 10분에 출발하는 시티투어 레드라인 버스를 타러 식구들은 모두 나왔다. 버스는 정확히 그 시간에 도착했다. 타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10명 정도나 탔을까. 한국에서도 2층버스를 타보았지만 이렇게 관광용 지붕 없는 2층버스를 타보기는 생전 처음이다. 더구나 외국에 와서 관광객이 되어!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붕이 없어서 그런가 무척 높은 곳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지나가는 버스가 내려다보일 정도였으니까. 베이먼 부근을 지날 때 신호 대기하고 있던 오토바이들이 신호가 바뀌고 일제히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베트남 같았다. 좌회전해서 시먼 쪽으로 달렸다. 첫날 저녁에 갔던 시먼 입구를 지났다. 이어폰을 귀에 꽂으니 간간이 관광지 해설을 해주었고 그 사이에는 음악이 흘렀다. 총통 관저 앞을 지나고 동서로 길게 뻗은 信義路를 줄기차게 직진해서 달렸다. 오른편으로 중정기념관을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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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편리하고 쉬운 한국어를 꿈꿉니다.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2024), '민법의 비문'(2022), '품격 있는 글쓰기'(2017)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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