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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지혜 Oct 05. 2023

왜 나는 여전히 이방인인가?

나는 어릴 적,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낡은 집에 살았다. 그래서 한옥도 아니고 양옥도 아닌 일본식 가옥형태에 이층을 얹어,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특이한 구조의 집에 살고 있었다. 언덕길의 막다른 골목이어서 이층 뒷문으로 나가면 뒷길로 연결돼 있었다. 야트막한 담장엔 깨진 유리병들이 시멘트 위로 비죽비죽 솟아 있었지만 아무도 그걸로 도둑을 막으리라고 생각하진 않은 것 같다. 어느 집에나 개를 키웠다. 옆집의 개는 컹컹거리며 짖었고 우리 집 '꼬마'는 멍멍 짖었다. 개집엔 겨울이면 헌 이불을 깔았다. 목줄은 가는 쇠사슬이었다. 그걸 풀어주면 미친 듯이 마당을 질렀다. 우리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미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상당히 진행이 되고, 한국이 다방면에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게 된 오늘날에도 때때로 나는 1980년대의 서울과 2022년을 바라보는 캐나다의 한 도시 사이에서 방황을 한다. 꿈을 꾸면 여지없이 삼십 년도 더 전에 이사 나온 오래된 누런 타일의 집 어느 한 구석에서 긴장하고 있는 어린 나를 발견한다. 순식간에 태평양을 건너 돌아온 아침에는 내가 누군지, 왜 여기에 있는지 생각해 내는데 아주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캐나다 이민 20년의 기록을 하나씩 남겨보려고 한다. 


'살기 좋은 나라' 캐나다의 홍보도 아니고 '캐나다 이민 절대 오지 마라'는 단호한 조언도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또 하나의 사회. 거기에서 동양인 이민자로 살아가는 모습의 한 단편일 뿐이다.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결정을 하는데 참고가 될만한 이야기었으면 좋겠고, 산다는 게 그런 거지 공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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