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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즐겁게 하는 아이

자발적이란 뜻을 사전적으로 찾아보면 '남이 시키거나 요구하지 아니하여도, 자기 스스로 나아가 행하는, 또는 그런 것'이라고 풀이가 되어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성격이 청 개구리과여서 그런지 내가 먼저 하려고 마음먹었다가도 주변에서 하라 마라 잔소리를 하면 그때부터 하기 싫어진다. 

'오늘은 청소 좀 해야겠다' 마음먹고 청소를 하면 그렇게 기분도 좋고 상쾌하다. 다음에 또 청소 열심히 하고 싶은 의욕이 솟구친다. 그런데 누군가 옆에서 집이 지저분하네, 어쩌네 잔소리하면 오히려  더 청소하기가 싫어진다. 청소뿐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내가 즐겁게 마음먹고 할 때와 누군가 옆에서 시켜서 할 때는 기분도 능률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아이들을 가만히 관찰해보면 시키지 않아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몇 시간이고 몰입해서 즐겁게 해낸다. 작년에는 아들이 ‘터닝메카드’ 책을 만들었다. 몇 날 며칠 동안 학교 다녀와서 숙제하는 시간 외에는 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열심히 만들어냈다. 내가 말리지 않았다면 잠도 자지 않고 할 기세였다. 프린트한 카드를 오리고 하나하나 붙여 제법 멋진 카드 책을 만들었다. 학교에 가져갔더니 인기가 대단했었나 보다. 만약 이 카드 책 만들기가 숙제이거나, 누군가 억지로 시켜서 한 일이었다면 과연 그렇게 즐겁게 몰입해서 해낼 수 있었을까? 

누구나 본인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능률이 최고로 오른다. 누군가 억지로 시켜서 하기 싫은 일을 한다면 온몸의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 다들 느껴보았을 것이다. 도무지 능률도 오르지 않고 왜 해야 하는지 지겹고 싫어진다. 나도 학창 시절에 뭔가 배우고 싶고 공부하고 싶을 때 보내달라고 한 학원에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엄마가 억지로 손 끌고 가 등록한 학원에서는 친구들과 수다 떨며 시간만 보내다 오곤 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이가 원하고 왜 공부해야 하는지 알고서 하는 공부가 아닌, 엄마 손에 이끌려 억지로 해야 하는 공부라면 능률이 오를리 없다. 학창 시절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피해 갈 수는 없다. '공부는 꼭 해야 한다면, 어떻게 아이들이 즐기면서 공부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바로 '다양한 분야의 독서와 체험(놀이, 나들이, 여행)이다. 

학교 다닐 때를 되짚어보니 수업 중 아는 부분이 나오면 그렇게 귀에 쏙쏙 들어오고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지루하고 따분하기만 했다. 학교 수업시간에 다보탑과 석가탑이 나왔다면 불국사에 가본 아이는 '어? 저기 내가 다녀온 곳이네, 그때 본 탑이 다보탑과 석가탑이었구나!' 하며 흥미를 가지고 수업을 듣게 되고 수업 내용이 잘 들어온다. 책으로, 체험으로 직간접적으로 많은 걸 접해본 아이에게 학교 수업은 온갖 재미있는 것을 알려주는 곳이 될 확률이 높다. 즐겁게 읽었던 책 내용이 엄마, 아빠 손잡고 다녔던 여행에서 보았던 것들이 교과서에 나오면 얼마나 반갑고 즐거울까? 



사진출처 - 픽사베이





초등학교 때까지는 엄마가 이끄는 대로 아이가 공부할 수 있지만, 좀 더 머리가 커서는 아무리 부모가 강요한다고 해도 본인 의지가 없으면 공부를 잘하기란 쉽지 않다. 몸은 책상에 매여 있지만, 도통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와 친구처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많은 걸 함께 나누며 꿈과 공부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에게 왜 공부해야 하는지, 아이의 꿈이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소통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현명한 엄마라면 억지로 공부하는 아이로 만들 것이 아니라, 아이와 소통하며 함께 책 보고 여행도 다니며 즐겁게 공부하는 아이로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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