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이 아닌 동행, 통제가 아닌 존중이 필요했던거였습니다
20대 중반, 벌면 쓰고, 계획은 없던 시절
20대 중반의 나는 경제적으로 완전히 미성숙한 사람이었다.
과외로 버는 돈은 그대로 소비됐고, 미래를 위한 계획은 없었다.
여행을 가고, 데이트를 하고, 그 순간을 살아내기에도 벅찼다.
“돈은 버는 만큼 쓰는 거지”라는 게 나의 기준이었고,
그런 삶에 아무 의문도 품지 않았었다.
그때, 그는 나와 달랐다.
카드 결제일은 항상 1일~말일로 맞춰 관리했고,
할부는 절대 하지 않았으며, 예산 안에서만 소비했다.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같은 단어들이 그의 일상에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배우기 시작했다.
부동산 유튜브 채널 링크를 공유받고,
카드 결제일을 바꾸고, 할부 없이 소비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그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돈을 모아본 경험’을 하게 되었다.
"걔 너 안 만났으면 청약 넣을 생각이나 했겠어?”
나는 청약에 당첨되었다.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
내가 조사하고 분석하고, 꾸준히 공부해서 얻은 결과였다.
그때의 나는, 이게 행운임을 알면서도
‘이건 내가 만들어낸 행운이다’라고 믿고 싶었다.
그런데 이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걸 들었을 때,
내 몸이 순간 얼어붙었다.
“걔 너 안 만났으면 청약 넣을 생각이나 했겠어?”
그리고 며칠 뒤,
전 남자친구가 면전에서 말했다.
“너 나 없었으면 어떻게 살 수 있었겠어?”
마치 내가 이룬 모든 성과들이
그와의 관계 덕분이었다는 듯,
나라는 존재는 그저 도움을 받기만 한 사람처럼,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사실 그를 통해 많은 걸 배운 건 맞다.
돈의 흐름을 읽는 방법, 예산의 개념, 투자에 대한 호기심.
하지만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든 건 ‘나’였다.
그 순간부터 나는 마음속에 작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 관계가 나를 작게 만든다면,
더는 이 안에 있어선 안 되겠다고.
전세? 기다림? 통제? 아니, 나는 입주하고 싶었다
청약에 당첨된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2년 정도 전세를 놓고, 그동안 돈을 모아서 입주하자.”
맞는 말이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깨달았다.
‘이 관계 안에서 2년을 더 기다리며,
나는 무얼 증명하게 될까?’
나는 내 의견을 말했다.
“우리가 5년을 만났잖아.
결혼하고 바로 입주하는 게 좋겠어.”
그는 대답했다.
“그럼 너 부업은 절대 그만두면 안 돼.
생활비 30만원 안에서 써봐.”
나는 그 순간,
이 사람이 내 인생의 동행이 아니라
통제자처럼 느껴졌다.
잔금 계획을 세우던 시기,
그는 며칠 밤을 새며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금리, 대출, 소득 인정 범위…
물론 철저한 준비는 필요했지만,
나는 그 무게가 고스란히 나에게도 전가되는 것이
숨 막혔다.
결국 나는,
‘혼자서 이 집을 책임져 보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포기하려고 마음을 먹다보니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
내가 이 것을 향한 강한 욕구가 있기 때문임을 안다.”
29살, 미혼 여성의 단독 작전
나는 29살의 미혼 여성이었다.
은행에 혼자 찾아가 대출 상담을 받았고,
세입자를 구해야 했다.
현금이 부족해 월세로 전략을 수정했고,
가장 저렴한 금액으로 올려 최대한 빨리 계약했다.
세입자는 아직 입주 전이라 집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등기 시점에 일시 전출을 동의해야 했고,
은행이 선순위로 잡는다는 조건도 받아들여야 했다.
쉽지 않았지만, 나는 해냈다.
대출은 ‘청년 미래소득 인정’까지 받아 필요한 만큼이 나왔고,
입주 지정 기간 전에 세입자도 계약이 성사되었다.
몇달 뒤,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진짜 잘하셨어요.
지금 전세도, 월세도 물량이 너무 많아서 안 빠지거든요.”
그 말에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냥 휴대폰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
[진짜 얻은 건 집이 아니라 '자신감'이었다]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라는 증명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얻은 건 단지 집이 아니었다.
그 집을 향해 나아간 내 안의 용기였다.
운전대를 쥔 건 나였다.
그 누구의 손도 아닌, 내 손으로 목적지를 찾아간 것이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나는 이제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지도 알게 되었다.
나처럼,
혼자서도 삶의 문제를 풀어본 사람.
위기의 순간에 도망가지 않고,
자기 몫을 감당할 줄 아는 사람.
“너 나 없었으면 어떻게 살 수 있었겠어?”
그런 말 대신,
“나 없이도 잘 살지만, 함께하면 더 좋겠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과
나는 함께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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