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원* 열네 번째 인터뷰. 꿈을 먹고 큰 거인
(인터뷰 당시 나이 24세, 여자)
요즘 주로 하는 고민은 무엇인가요?
아주 많다. 우선 복학과 학교생활을 어떻게 잘 마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고, 최근 새롭게 피어난 고민은 캘리그라피에 대한 것이다.
학교생활만 해도 바쁠 시기에 캘리그라피 강사까지 되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이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게 뭘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그러던 와중에 얻게 된 기회이다. 글씨 쓰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누구도 갖지 않은 나만의 개성 있는 타이틀로.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가장 값어치 있게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운율과 여백을 배웠다. 처음엔 몰랐는데 붓으로 써 내려가는 글과 그 배경이 되는 화선지에는 한 편의 시 같은 운율과 마음을 숨 쉬게 하는 여백이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내 인생도 일상도 시와 글을 쓰는 이의 감수성처럼 더욱 촉촉해지고 여백의 공기 방울이 들어간 자리엔 쉼표가 자리 잡아 나에 대해 이전보다 관대해진 것 같다.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삶의 모토 같은 것이 있습니까?
마이너(minor)한 감성을 가지고 메이저(major)한 감동을 일으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하는 소소한 일들이, 작은 물결들이 커다랗게 일렁이는 순간을 꿈꾼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본인의 삶에 점수를 안겨준다면? (2011년, 당시에는 오디션 참가자에게 점수를 매기는 ‘슈퍼스타 K’가 유행이었다)
조금 후하게 나는 90점을 주고 싶다. 가족, 대인관계, 연애, 일 그 무엇에게도 혹은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대충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았고, 노력했고 지금의 상황들에 만족한다.
90점이라고 말하며 웃는 그 모습이 너무 좋네요.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요?
알다시피 나는 키가 작다. 하지만 내가 젊은 날 열심히 일궜던 재능으로 무럭무럭 자라나 작은 거인이 되고 싶다.
만일 내일 죽어 없어진다면 자신에게 남기는 마지막 한마디는 무엇입니까?
재미있게 살았구나.
사람을 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색일까요?
흰색.
빛의 색들이 전부 섞이면 흰색으로 보이듯, 많은 노력과 추억과 재주와 재능들이 섞이고 섞여 만들어지는 흰색이 되고 싶다.
인터뷰를 마친 뒤
노영심의 [선물]이라는 책에서 그녀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소소하면서도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선물을 즐겼던 것처럼, 이 친구도 스무 살 초부터 주변 지인들에게 작지만, 정성이 가득 들어간 선물들을 주는 것을 좋아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직접 동대문 시장에서 사 온 재료들로 만든 액세서리, 예쁜 포장지에 둘러싸인 달콤한 향내 나는 브라우니, 힘내라는 응원의 마음을 붓끝으로 전달한 글, 손으로 직접 만든 카드 등 그 외에도 셀 수 없이 많다. 지금에 와서야 그 예쁜 마음들에 답례의 선물을 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끝도 없이 미안해진다.
수많은 손의 직무들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쏙쏙 숨어버린 요즘 같은 세상에 손글씨, 손편지, 수공예품들을 만들어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귀한 재능이다. 앞서 말했던, 마이너 한 감성으로 메이저 한 감동을 일으키며 살고 싶다는 삶의 모토를 차근차근 실현해가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내가 다 뿌듯해졌다. 주렁주렁 달린 여러 재능으로 몇 척이나 더 큰 키를 얻은 데다가, 스스로의 인생을 진취적이고 즐겁게 끌어가는 이에게서 오는 아우라까지 입은 친구는 이미 ‘작은 거인’이다. 늘 그렇게 소소하지만 커다랗고 아름다운 파문을 만드는 나날들의 연속이기를 바란다.
마음의 정원 한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