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
뮌헨에는 맥주의 신세계를 경험시켜줄 독특한 맥주집이 많이 있다. 바로 대규모의 맥주집 비어가든과 비어홀이다. 하지만 이곳에 몇 가지 룰을 모르고 갔다간 빈정상해서 돌아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먼저 오스트리아의 아우구스티너 브루어리처럼 셀프서비스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직접 맥주와 음식을 가져다 먹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미리 안주를 준비해 가도 되는 것 까지 같다. 하지만 한 가지가 다르다. 오스트리아식은 전 매장이 셀프였다. 하지만 뮌헨식은 식탁보가 없는 테이블만 셀프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 이유는 루드비히 1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양조자들은 실내 뿐 만 아니라 야외에서도 맥주를 판매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왕에게 청했다. 이들의 부탁에 왕은 그들의 청을 들어주었고 이는 지금의 비어가든과 같은 형태로 발전했다. 이후 맥주 양조자들은 큰돈을 벌어들였지만 머지않아 문제가 생겼다. 비어가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맥주만 사 먹고 음식을 주문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래도 직접 안주를 준비해서 가는 것이 더 싸게 먹혔기 때문이다. 이에 양조자들은 왕에게 음식을 싸오지 못하게 해 달라고 다시 청원했다. 루드비히 1세는 고심에 빠졌다. 맥주 양조자들의 부탁을 들어주면 가난한 서민들이 맥주를 즐기기 힘들어지기 때문이었다. 이에 루드비히 1세는 식탁보가 있는 곳에선 음식을 주문해야 하지만 없는 곳에선 음식을 싸와도 되는 것으로 결정한다. 이후 이런 문화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뮌헨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만약 비어가든에 방문했을 때 테이블에 식탁보가 깔려있지 않다면 셀프서비스 좌석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유럽치곤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진 곳이 비어가든(비어홀)이다. 웨이터의 안내 없이 자리를 찾아 앉아야 하는 곳이 있고 합석이 기본인 곳도 있다. 단 스탐티쉬(Stammtisch)라고 쓰여 있는 자리는 예약석이므로 함부로 앉았다 부끄러워지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생일인 오늘 나는 세 군데의 비어가든(비어홀)을 방문했다. 평소 같으면 맥주집을 세 군대나 간다고 뭐라 했겠지만, 생일이라 그런지 누라는 순순히 투어에 참여했다. 신난 나는 아우구스티너 켈러(Augustiner-Keller)와 뢰벤브루어리(Löwenbräu)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집인 호프브루어리하우스(Hofbräuhaus) 순으로 방문했다. 가든에서 마시고 싶었지만 날이 추워 도저히 엄두가 안 났다. 그래서 전부 비어홀에서만 마셨다. 하지만 맥주 맛은 모두 훌륭했다. 엄청난 악플을 보았던 호프부루어리의 학센도 나는 맛없지 않았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학센을 먹으며 맛있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엔 나름 맛있었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맥주 투어는 7시 정도가 돼서야 마무리되었다. 집으로 오는 내내 풍족하지 못한 독일의 공중화장실 문화를 증오한 것 말고는 모든 게 완벽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