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는 sns를 손에 붙잡고 생활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sns 계정에 새로운 사진이나 글을 올리지는 않고 친구들의 소식이나 가끔 시간을 때울 때에
재밌는 영상이나 글들을 보고는 한다.
sns를 주로 애용했던 때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 해외여행에 시간과 돈을 다 쏟아붓던 시절이었다.
멋진 풍경과 맛있어 보이는 현지의 음식들 그리고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색체험등을
업로드를 하였고, 그런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나의 찬란한 순간들을 기록하는 곳으로 이용했던 것이 나는 sns였다.
그런 시절에 가끔 시간이 맞을 때 보게 되는 지인들은 하나같이 돈이 어디서 낫길래 해외여행을 다니냐며 묻고는 하였는데 항상 내 대답은 "그냥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가지뭘" 이렇게만 답해주고는 하였다.
그러다 문득 친한 지인들을 만나면 한 번씩 듣는 소리가 "야 너 무슨 코인 했어? 어디 투자해서 돈 벌었다던데 맞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누구한테 그런 소리를 들었어?라고 하면 며칠 전 시간돼서 만난 지인들이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코인이라는 것을 듣기만 했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주식투자는 20대 초반부터 꾸준히 해왔지만 부를 축적할 만큼의 커다란 수익을 내본 적도 없다.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에서 월급을 받고 조금씩 모아서 때가 되었을 때 연차를 쓰고 모은 돈을 털어 해외여행을 간 것이었다. 이런 과정들은 어쩌면 그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던 건지 들리지 않았던 건지 모르겠지만 정작 그들에게 중요한 관심사는 해외여행을 갔다는 것에만 꽂혀있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삶에 참으로 관심이 많다. 물론 나도 sns를 자주 할 때는 다른 사람들의 글과 사진들을 보며 어디서 돈이 나길래 저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돈이 어디서"에서 더 풀이를 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들의 찬란한 순간들을 보며 자신의 지금과 비교를 하며 자존감을 잃거나 배가 아파하는 지경까지도 일어난다.
당시에는 나조차도 그들과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와 친한 지인들에게 나의 뒷 이야기들을 들은 후로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는 매일이 찬란한 사람처럼 보이거나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에게 미움과 질투라는 감정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한 뒤로는 나의 sns계정과 업로드한 게시글들은 모두 비공개로 바꾸었다.
sns가 이제는 자신들의 자랑거리를 뽐내는 공간으로 탈바꿈이 되었다.
외제차를 사거나 비싼 술과 음식들을 먹는 순간, 비싼 명품을 몸에 치장하고 분위기 좋은 장소에서 지인들과 함께 하는 순간들 해외에서의 보내는 시간들을 계속해서 업로드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서 줄곧 어디서 듣고 가져온 건지 모를 명언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의 게시물에 댓글에는 칭송하는 식의 댓글들이 많다.
댓글 내용 중 김사장, 김대표, 김 회장 등등으로 높여주는 식의 댓글들의 게시물은
마치 재벌 2세 같은 느낌을 주는 순간을 사진에 담은 것이 특징이다.
내 주변에도 그런 식의 게시물을 업로드하는 지인이 몇몇 있긴 하다. 실상 그들의 내막을 알고 있는 나는 코웃음을 치기도 한다. 그래도 그런 식으로 표출하여 행복함을 느낀다면 나는 그들을 진심으로 존중해주고 싶다.
가끔은 고등학교 동창들의 소식을 전해 듣고는 한다.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을 물려받아 돈을 꽤나 번다는 동창, 20살이 되자마자 취업을 해서 배워나간 일을 이제는 본인만의 색깔로 사업을 하게 되었다는 동창, 고등학교를 졸업 하자마자 일을 하며 야간대학교를 다니며 자격증 토익등을 준비해서 대기업에 들어갔다는 동창 등등 30대가 시작되는 시점에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자신들의 20대의 결과물들을 이뤄내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나도 자극을 받고는 한다.
그런데 문득 의아한 동창이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을 시작하자마자 제대로 된 일은 하지를 않으며 소액대출과 주변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다니며 하루하루 연명하던 동창 A가 있었다.
모두가 그를 멀리하게 되었지만 고등학교 동창들 중 유독 나와 친했던 친구 B는 그런 녀석과도 계속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였다. 매번 A에게 돈을 빌려주고 스트레스받아하는 B의 모습을 보며 잔소리도 하고 같이 스트레스도 받아보았지만 그 둘의 관계는 계속해서 돈으로 엮이며 풀어내지를 못하고만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몇 년 지난 후 A가 B의 돈을 한 순간에 모두 갚고 B에게 비싼 음식이며 옷이며 여행비까지 본인이 모두 부담하여 여행까지도 다녀왔다고 한다. 나는 믿기지 않았기에 A가 무슨 돈이 있어서 그걸 한 번에 해결해 줘?
라는 말에 B는 지인소개로 새로 들어간 회사에 영업부 일을 맡아서 밤낮없이 영업을 뛰고 다녀서 실적이 꽤나 높아져서 회사로부터 많은 인센을 받아서 그렇다는 말만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셋집을 계약하고 외제차를 대출 없이 현금으로 구매했다는 말을 듣고 나는 A가 불법일을 하지 않을까? 라는 의심이 들긴 하였지만 B가 절대로 그럴 녀석이 아니라는 말에 애써 그러려니 하며 넘겼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A의 소식이 주변에서 종종 들려왔다. 사업을 하고 있는 동창들과 내 주변 지인에게도 연락을 해서 사업 관련해서 이야기들을 하며 자신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말들을 하고 다녀 나에게 까지 소식이 들어왔다.
어느 날 B와 만나 술 한잔 하며 문득 A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A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채 B와 만났고 A의 자동차 콘솔박스 안 가득 찬 현금다발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인데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힘들 때 곁에 있어준 사람이 B밖에 없었으니 가장 먼저 찾아와 제안을 했다고는 하는데 그 말을 들은 나는 영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B의 직장은 나름 안정적이며 급여와 복지도 괜찮았기에 A와의 사업을 뜯어말리게 되었다.
지금껏 20대를 빚에 쫓기듯 살아온 A의 행적들과 출처를 알 수 없는 수많은 그의 돈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B를 말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B도 나의 말에 조금은 일리가 있다 생각해서인지 A와의 사업은 덮어두고 나중을 기약하기로 하고 마무리짓게 되었다.
최근 A의 소식이 또다시 종종 들려오고 있다. 내 주변 지인들에게 10만 원을 빌려줄 수 있냐며 연락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B에게는 장문의 메시지를 남기며 끝에는 30만 원을 빌려줄 수 있냐며 연락이 왔다고 한다.
사업을 같이하자며 찾아왔던 그날에서 불과 6개월 정도밖에 시간이 지나지 않았건만 벌써 이렇게 다시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전셋집은 진즉 내놓았지만 입주자 소식은 없고 외제차도 정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B가 당시에 A의 말을 듣고 같이 사업을 뛰어들었다면 정말 아찔했을 것만 같다.
그 당시 거절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며 안도하게 되었다.
이렇듯 화려한 SNS 속의 사람들의 내막은 모두가 아름답지만은 못한다.
원룸에서 월세로 살고 있지만 차는 외제차를 몰며, 주머니에 돈이 없고 집에 먹을 것이 없어 컵라면으로 한 끼식사를 해결하지만 언제나 비싼 오마카세를 먹고 있는 삶으로 포장하는 SNS 속에서 매일이 화려한 그들의 일상은 계속된다.
그런 찰나의 순간 아주 잠깐 찬란해 보이는 한 순간의 자랑에 우리의 자존감을 낮추거나 열등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 나도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게 느끼게 해 보았고, 나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느껴도 보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남의 삶을 보며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당신에게 오늘은 특별하고 내일은 기대가 되는 시간들이다.
그러니 소중한 우리의 매일을 매번 최선을 다해서 충분히 행복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