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평일 낮시간은 주문이 적기에 나에겐 가장 자유로운 시간 중 하나이다.
그런 한가한 나의 자유시간에 정적을 깨는 전화 한 통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저희 어머니 혼자 계시는데 치킨 좀 보내드리고 싶어서요"
"네~ 주소만 말씀해 주시면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혼자 계시는 할머니에게 찾아가
전달해 드리고 인사를 하며 나왔다.
3일 정도 지났을까 그때 그 고객에게 전화가 왔다.
어머니에게 치킨 좀 가져 다 달라는 주문이었다.
음식을 들고 할머니에게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 "할머니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또 뵙네요~ 치킨 좋아하세요?"
"응~ 내가 통닭을 좋아해 그런데 자네는 누군가?"
- "며칠 전에 봤는데 벌써 까먹으셨어요? 여기 치킨집 사장이잖아요~"
"미안해요~ 내가 요즘 깜빡깜빡해~"
짧은 대화를 마치고 가게로 돌아갔다.
또다시 2일 정도 지난 후
같은 고객에게 연락이 왔다 똑같이 어머니 집으로 치킨을 가져다 달라는 내용이었고.
치킨을 들고 할머니 집으로 찾아갔다.
- "할머니~ 치킨가 져 왔어요~ 치킨을 자주 드시네요?"
"응~ 내가 통닭을 좋아해 그런데 자네는 누군가?"
- "지난번에도 왔던 치킨집 사장이잖아요~"
"미안해요~ 내가 요즘 깜빡깜빡해~"
- "다음에 또 올게요~ 맛있게 드세요~"
지난번과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기분 탓이겠지 하며 가게로 돌아갔고
며칠뒤 또다시 그 고객에게 연락이 왔다.
여느 때와 같은 주문전화였지만 이번엔 뭔가 의미심장한 말 하나를 남겼다.
"정말 죄송하지만 어머니 집 앞에 도착하시면 전화 한 통만 주시면 안 될까요?"
어렵지 않은 부탁이겠거니 하며 고객의 어머니 집 앞에 도착한 후 고객에게 전화를 하였다.
내용은 이랬다.
고객의 어머니가 최근 치매증상이 심해지셔서 집안 코드란 코드를 다 뽑아버리신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집에 tv가 나오지 않는다며 아들에게 도와달라며 전화를 했다고 한다.
아들은 홀로 서울에 있고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 가게로 전화를 해서 주문과 함께 겸사겸사 어머니 부탁도 좀 들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할머니집으로 찾아갔지만
이날도 할머니는 나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행동하셨다.
집안에 들어가 확인을 해보니
코드를 여기저기 많이도 뽑아 놓으신 할머니..
가장 필요하다던 tv코드를 꽂아 전원을 켜드렸다
tv전원을 켜드린 후
"할머니 이제 tv 나와요~ 이제 저 가볼게요"라고 말하였는데
뒤돌아오는 대답은
"고마워요 그런데 자네 누구인가?"
"치킨집 사장이에요~ 또 올게요 치킨 맛있게 드세요~"
할머니의 증상을 알아버린 뒤로 괜스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일 이후 5일 정도 흘렀었다.
가게에 전화가 울렸고 그날의 고객이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어머니 집으로 치킨 한 마리를 가져다 달라는 전화였다.
그렇게 찾아간 할머니의 집
처마밑에 앉아 치킨을 드시고 있는 할머니를 보았다.
5일이나 지난 할머니의 치킨에는 곰팡이가 가득했다.
화들짝 놀라 할머니의 치킨을 얼른 빼앗아 아들에게 전화를 하였다.
- "할머니가 곰팡이 가득 찬 치킨을 드셨어요 병원이라도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 예.. 뭐 일단 알겠습니다. 가져다주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이날도 할머니는 나를 전혀 알아보시지 못하셨고 똑같이 나는 치킨집 사장이라고 소개를 했다.
그렇게 뭔가 찝찝한 마음을 가지고 가게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내내 할머니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이후로도 할머니의 아들은 주문을 하며 부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도 나는 할머니의 tv를 연결해 주고 냉장고를 확인해 상한 음식을 정리해주고 있다.
내가 누군지도 어떤 사람인지도 기억을 못 하시지만
그런 할머니가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요즘이다.
할머니집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일부로 들려 인사를 드린다.
그래도 돌아오는 인사는 "자네 누구인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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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할머니는 매번 같은 장소에서 만나지만
우리 둘은 매번 처음 본 사람이다.
그렇기에 나와 할머니는
첫 만남만 50번째다.